[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청탁금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공직자 명절 선물 가격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한선이 올라가자 30만원 미만의 맞춤형 선물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에 본래 김영란법이 취지가 퇴색된다는 비판도 일부에선 제기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개정안에 맞춰 백화점은 고가의 선물 세트를 보이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임시 공휴일 지정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30만원대 이상 고가 한우 선물세트 매출액이 지난해 추석 전 같은 날과 비교해 183.2% 상승했다.

백화점 업계는 한우와 비싼 과일 위주로 선물세트를 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수요가 높은 한우는 20만원대 제품을 지난해 대비 20%가량 늘렸다. 과일도 사과나 배와 같은 제수용품 외에 20만∼30만원대 고가형 샤인머스캣 제품량을 10% 추가 구매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정산지 인기 과일(22만원~24만원), ‘소담 지정산지 사색 과일(17만원~19만원)’ 등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김영란법 개정 논의 이후 추석 선물 예약 37.8% 증가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추석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고 전망하면서, 고가의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빈티지 와인 18병으로 구성한 3억2900만원 상당의 ‘샤또 페트뤼스 버티컬세트’를 출시했다. 현대백화점도 와인 ‘마담 르루아 그랑크뤼 컬렉션’을 1억4900만원에 선보였으며 신세계백화점 또한 1억500만원에 싱글몰트 위스키 ‘보모어 50년 1969’ 1병을 한정 판매한다.

호텔업계에서도 프리미엄 선물 세트를 출시했다. 롯데호텔은 프리미엄 정육 세트를 출시했으며 시그니처 1호 상품 가격은 250만원에 달한다. 신라호텔은 명절 주 소비상품인 정육, 수산, 청과에 집중했으며 명품 굴비 특호 가격은 280만원, 프리미엄 애플망고 선물세트는 5개 2.5kg로 65만원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실제 객실에서 사용하는 헝가리 미디움 구스다운 세트 프리미엄 침구를 167만원에 출시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한우스테이크, 완도 활전복, 법성포 굴비 등 300만원대까지의 선물세트를 내놨다.

소비자들 마저 고가의 선물세트에 관심을 보이며 유통업계는 이미 높은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명절 선물 가격 상한을 30만원으로 올린 데다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달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실제로 고가의 선물세트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게 백화점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논의된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 추석 전 같은 기간보다 37.8%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농·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선물 금액을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와 문화예술계 등의 피해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와는 달리 실제 백화점, 호텔 업계에서는 명품 한우, 보이차 다기세트, 와인 등 프리미엄 선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선물 범위가 모바일 상품권, 문화관람권 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유통업계가 온라인 상품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김영란법에서는 공연관람권, 온라인 모바일 상품권이 제외됐지만, 이번에 포함되면서 이를 위한 판촉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다만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백화점상품권 등은 이번 대상에서 빠졌다.

이처럼 이번 개정안이 선물액의 상한선과 범위를 넓히면서 김영란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내수활성화를 위한 취지임에도 불구 서민 중심의 가격이 아닌 20~30만원대 선물세트를 출시하는 것은 오히려 유착관계만 형성하는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다”며 “서민 중심을 위한 대책을 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도 ‘수산물’ 세트 선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도 불구 올해 대형마트의 추석 수산물 선물세트 판매는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예약판매 기간 대비 49% 증가,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이 35% 증가, 이마트의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 역시 약 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애초 우려와 달리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이 호조를 보인 것은 대형마트 3사가 오염수 방류 이전에 수산물 수매를 마치고 내년까지의 물량도 비축해 둔 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소비자들 또한 적어도 올해 추석 선물세트의 경우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안심하고 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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