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내 옆으로 빠지는 순간 안타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신)민재가 타구를 잡아주더라. 우리 팀에 김혜성이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오직 다리만 주목했다. 2017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 당시 LG가 그를 지명한 이유도 경기 후반에 기용할 대주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꽤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LG 염경엽 감독이 선택한 첫 번째 대주자도 신민재(27)였다.

이후 유쾌한 반전이 일어났다. 작년 1군 등록 기간이 한 달도 안 됐던 게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2022년 퓨처스리그에서 매일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스스로 과제를 정했다. “2군에서 못 치면 1군에서는 가능성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타석에 서면서 퓨처스리그 타율 0.302·출루율 0.429를 기록했다.

이 기록이 올해 1군 무대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신민재는 지난주까지 타율 0.323·출루율 0.383을 기록했다. 타율은 올라갔고 출루율을 떨어졌는데 1군과 퓨처스리그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타석에서 생산성을 증명하면서 선발 출장 기회가 이어졌고 리그 도루 부문 1위(25개)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잘 치고 잘 뛰는 게 전부가 아니다. 수비도 잘한다. 순발력을 활용한 넓은 수비 범위로 안타를 범타로 만든다.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이 그랬다. 3회말 무사 만루 강타자 강민호 타석에서 신민재가 선발 투수 임찬규와 LG를 구원했다. 강민호의 잘 맞은 타구가 임찬규를 지나 그라운드 가운데를 가르는 것 같았는데 신민재가 이를 잡아냈다.

이후 임찬규는 결정구 체인지업을 앞세워 연속 삼진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당시 순간을 두고 임찬규는 “내 옆으로 빠지는 순간 안타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신)민재가 타구를 잡아주더라. 우리 팀에 김혜성이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최고 2루수 김혜성처럼 신민재가 수비에서도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어 임찬규는 신민재를 포함한 야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우리 팀 야수들은 수비에 대한 욕심이 정말 많다. 그만큼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게 투수 입장에서는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신민재가 2루수로 연착륙하면서 LG는 빈틈없는 야수진을 구축했다. 늘 물음표가 붙었던 2루에 느낌표가 생겼다. 공수주가 조화를 이루는 라인업을 가동한다.

신민재가 현재 페이스로 올시즌을 마치면, LG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율 2루수를 보유한다. 2016년 현재 삼성 수비 코치인 손주인이 타율 0.322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거의 매년 2루수가 바뀌었다. 어두웠던 LG 2루에 빛을 밝힌 신민재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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