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2020년부터 시작된 오마카세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마카세’는 우리말로 ‘맡김차림’이다. 메뉴판이 따로 없고 그 날의 차림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의 코스 요리를 의미한다. 코스요리다 보니 1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비싼 오마카세는 50만원을 호가한다.

그럼에도 일명 ‘스강신청’(스시+수강신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인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디저트 오마카세, 한우 오마카세, 딸기 오마카세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카세’를 붙이며 확대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커피 오마카세 ‘커마카세’까지 등장했다.

현재 한국에선 프렌차이즈 카페와 개인 카페의 수가 8만5000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롭게 등장한 ‘커마카세’는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일명 ‘커마카세’에 가보면 꽤 많은 MZ세대들이 주 소비층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연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 커피를 즐기는 분위기다.

‘커마카세’를 주문하면 대부분 식전주 느낌의 커피로 시작한다. 여느 오마카세와 다를 바 없이 바리스타의 설명과 함께 준비된 커피와 디저트가 코스로 나온다. 일반 카페의 커피와 ‘커마카세’의 차이점은 코스가 바뀔때마다 다른 원두를 쓰고, 그에 어울리는 디저트가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바리스타가 코스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천천히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보통의 카페는 공간을 사용할 목적이나 친목의 장소로 이용하지만 ‘커마카세’는 오직 ‘커피’만을 음미하게 한다는 점이 다르다. 소요시간은 60~90분 정도인데, 다른 맛과 향의 커피가 3~4잔 정도 나오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세련되게 플레이팅된 디저트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커마카세를 즐기러 온 김은지(29·회사원)씨는 “3만원이나 주고 커피를 먹어야하나 고민했지만 막상 와보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커피 치고는 비싸지만 오마카세라고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기에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커마카세’는 어떻게 생겨난걸까?

서울 연남동에서 ‘바람커피원두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담 대표는 “프렌차이즈, 인스턴트 커피들이 만연한 시대에 진짜 맛있는 커피, 사유하면서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MZ세대의 ‘보여주기식’, 오직 SNS ‘인증샷’ 소비에 발 맞춘 상업적 행위라는 편견과 달리 ‘커마카세’를 운영하는 바리스타들은 커피에 진심인 모습이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대세인, 커피는 그저 출근 전 카페인 수혈 정도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3만원대로 최고의 커피를 제공겠다는 의지가 뚜렷했다.

‘고물가시대’인 지금, 오마카세를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과시용 소비 트렌드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2030 MZ세대들에게 ‘커마카세’는 남과 다른 나만의 ‘취향’이며 ‘보여주기식’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로 자리잡고 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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