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기자] 돌아온 헨리 세후도가 높아진 UFC의 벽을 실감했다. 밴텀급 챔피언 알저메인 스털링은 챔피언 벨트를 지키고 랭킹 2위 션 오말리와 언쟁을 벌였다.

UFC 밴텀급 챔피언 알저메인 스털링(33∙미국)이 돌아온 헨리 세후도(36∙미국)를 제압했다. 스털링은 자신의 3차 방어전에서 승리해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가 되겠다”라던 세후도의 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전 UFC 플라이급-밴텀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와 현 UFC 밴텀급 챔피언 알저메인 스털링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워크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UFC 288: 스털링 vs 세후도’ 대회 메인 이벤트 밴텀급 타이틀전으로 격돌했다.

세후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55kg급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이후 MMA로 전향해 2018년에는 UFC 플라이급(56.7kg) 챔피언, 2019년에는 UFC 밴텀급(61.2kg) 챔피언에 올랐다.

세후도는 스스로를 ‘트리플 C’라고 부른다. 레슬링 금메달과 플라이급-밴텀급 챔피언을 더해 세 번 챔피언이 됐다는 뜻이다.

그는 이제 ‘쿼드러플 C’를 노리며 다시 UFC의 문을 두드린다.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라며 은퇴했던 그는 세 체급 챔피언 도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쿼드러플 C’가 되기 위해 겨냥한 이는 바로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

세후도는 볼카노프스키와의 대결을 줄곧 희망해왔다. 볼카노프스키를 이겨 플라이급, 밴텀급에 이어 페더급 챔피언까지 세 체급 챔피언이 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팀메이트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이 볼카노프스키를 상대로 도전할 때도 자기에게 타이틀 샷을 달라고 어필할 정도였다.

하지만 UFC의 허락이 없자, 세후도는 밴텀급 타이틀부터 되찾기로 했다. 세후도는 알저메인 스털링을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4일 미디어 데이에서 “스털링은 쉬운 돈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또한 “내가 진정으로 떠나야 할 때가 있단 걸 알고 있다. 지금 난 36살로 아직 젊고, 컨디션이 좋다. 난 도전을 좋아한다”라며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스털링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스털링은 ‘UFC 259’에서 페트르 얀(30∙러시아)에게 반칙 니킥을 당해 얼떨결에 챔피언이 됐다며 의심과 조롱을 받았지만, 이후 ‘UFC 273’에서 얀을 판정으로 제압하고 ‘UFC 280’에서 TJ 딜라쇼를 TKO로 제압하며 챔피언의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

스털링은 세후도에 대해 “오그라들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선수로서는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세후도는 나를 과소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시합 당일 그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가 시작되고 1분여 만에 세후도는 주특기인 레슬링으로 스털링을 넘겼다. 스털링은 세후도의 그립에서 빠져나와 스탠딩 타격전을 시도했다. 세후도는 타격전에 응하지 않고 그래플링 공방으로 풀고자 했다. 하지만 스털링이 클린치 싸움 과정에서 최강 레슬러 세후도를 넘겨버리는 이변이 발생했다. 스털링은 세후도의 백을 잡고 파운딩과 니킥을 넣는 등 크게 선전했다.

2라운드에서 세후도는 자신감이 오른 스털링에 반격했다. 스털링의 리치가 더 길기 때문에 세후도는 노련한 거리 조절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오히려 스털링이 레슬링 공방을 하자고 달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라운드도 스털링이 타격에서 27-21로 앞섰다.

3라운드에서 스털링은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를 상대로 질척한 클린치 싸움을 걸었다. 치열한 레슬링 공방이 돋보였다. 세후도는 안다리걸기로 스털링을 쓰러뜨렸으나 시간이 다 됐다.

세후도는 4라운드에서 반전을 노렸다. 앞으로 전진하며 스털링을 압박했다. 하지만 스털링은 뒤로 빠지며 클린치 상황에서 타격으로 포인트를 쌓았다. 전체적으로 이득을 본 쪽은 스털링이었다.

5라운드는 타격전이었다. 세후도는 강력한 왼손을 스털링의 턱에 맞히는 등 좋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세후도는 마지막까지 불태웠으나,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심판 판정 결과 스털링이 5라운드 2-1 스플릿 판정승을 거뒀다. 세후도가 48-47로 한 표를 얻었고, 스털링이 48-47, 48-47로 두 표를 가져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털링은 랭킹 2위 션 오말리(28∙미국)와 언쟁을 벌였다. 둘은 9월에 싸우자고 외쳤다. 이어서 스털링은 “나는 여기서 마이크 타이슨인 척 하려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알저메인 스털링이 되기 위해 있다”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세후도는 “플라이급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 나 벌크업 된 걸 봐라”라고 말했다. 본인은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데이나 화이트 대표, 와이프 등과 더 논의해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로써 알저메인 스털링은 밴텀급 챔피언 자리를 지켜냈다. 3년 만에 복귀한 헨리 세후도는 이 패배로 더욱 높아진 UFC의 벽을 실감한 셈이 됐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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