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고우석과 유강남
LG 고우석이 지난 8월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와의 경기 9회초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고우석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33세이브를 기록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고우석이 나올 차례야! 우리팀 마무리 투수거든.”

LG가 지난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원정경기에서 14-0으로 앞선 9회초, LG에 빠진 ‘초보 야구팬’ A씨가 고우석을 기다렸다. 그러나 등판한 투수는 송은범. 고우석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A씨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올시즌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우석이 시즌 36번째 세이브를 올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 커다란 카메라까지 가져왔지만, A씨는 끝내 그의 투구 장면을 보지 못했다.

‘야구 좀 안다’는 팬들은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초보 야구팬’인 A씨는 팀이 이기는 상황에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점수 차와 관계없이 마지막 이닝에 나와 승리를 지켜내면 세이브 투수가 되는 것으로 아는 ‘라이트 팬’이 생각보다 많다. 필자도 야구장 출입 전까지 몰랐다.

고우석이 당시 경기에 등판하지 않은 것은 ‘세이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이브는 3점 차 이내로 앞서고 있을 때 따낼 수 있다. 경기를 끝내야 하는 조건이 더 붙는다. 14-0으로 크게 앞서고 있을 때는 굳이 마무리 투수가 나설 필요가 없다. 투수도 사람인데, 매일 던지면 버티기 어렵다.

투수 보직을 세분화해, 승리 홀드 세이브 등으로 기록을 구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무리 투수에 앞서 동점 혹은 리드 상황을 지켜주는 투수를 ‘필승조’로 부른다.

LG는 필승조와 추격조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 선발과 마무리 투수를 제외한 투수 전원이 상황에 따라 등판한다. 좌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로는 왼손 이우찬, 진해수, 김대유, 최성훈이 릴레이 등판하는 식이다. 그러나 공식도 있다. 9회가 되기전 마운드에 정우영, 이정용이 등판했다면 스코어를 보지 않아도 동점 혹은 박빙 리드 상황으로 해석하면 된다. 마무리 고우석의 등판 가능성도 높아진다.

[포토] 역투하는 노경은 \'승리를 지켜라\'
SSG 투수 노경은이 지난 8월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7회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필승조와 반대 개념은 추격조다.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이다. SSG가 비교적 필승조-추격조 구분이 뚜렷하다. 필승조로는 노경은 김택형 서진용에 마무리 문승원이 있다.

추격조로는 김상수 장지훈(오른손) 고효준(왼손) 등이 마운드에 오른다. 예전에는 팀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하는 투수를 패전처리로 불렸지만, 어감상 투수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형성돼 추격조로 바뀌었다.

만약 SSG 최민준이 마운드에 올라 있다면, 1~2점 차로 뒤진 경기 중반(4~6회)으로 이해하면 된다. 선발이 조기강판했을 때 경기 중반을 책임지는 롱릴리프로 최민준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발 투수는 경기 전날 등판이 확정되지만 불펜 투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감독의 결정으로 등판한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나올지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선수가 불펜 투수라면 어떤 상황에서 언제 등판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눈여겨본다면 어느 순간 응원하는 팀의 불펜 투수 중 누가 등판하는지만 봐도 경기 양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9회인데 마무리 고우석이 등판하지 않았다면 LG는 그 경기를 크게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초보 야구팬’에서 ‘중급 야구팬’으로 가는 길이다.

et16@sportsseoul.com

황혜정 두리번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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