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처음\' 박용택 은퇴식과 함께 열린 롯데-LG전[포토]
지난 7월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만원관중이 찾아왔다. 박용택의 은퇴식이 2년여 기다림 끝에 열린 가운데 많은 팬들을 불러모은 야구장 열기가 폭염만큼 후끈하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프로야구 팀들의 리그 순위와 관중수는 비례할까?

한국프로야구(KBO) 원년팀 또는 수도권팀의 관중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팀 순위에 따라 급변하기도 한다. 잘 나가는 팀 경기엔 관중이 모인다. 반면 연패를 거듭거나 하위권 팀의 경기장은 썰렁하다.

수
올시즌 8월31일까지 누적 관중수 및 8월 관중수. KBO공식 통계 참조.

올시즌 팀 순위와 누적 관중수는 1, 2위팀 SSG와 LG를 제외하면 비례하지 않는다. 8월까지의 수치를 보면, 리그 4위인 키움은 리그 7위 NC, 리그 10위 한화와 관중수가 엇비슷하다. 리그 9위 삼성은 관중수 5위고, 리그 3위 KT는 관중수 7위에 위치한다.

키움 입장에서는 올시즌 초반까지 질병관리본부 조치에 따라 돔구장 내 취식금지로 초반 관중수에 타격이 컸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실내 구장이기 때문이다.

개막초인 지난 4월12일 774명, 4월13일 893명의 관중만이 고척돔을 찾았다. 키움은 평균 6300명이 경기장을 찾는 팀인데 평소보다 1/8 정도만이 방문했다. 그러나 4월25일 거리두기 해제 조치 영향으로 돔구장 내 취식금지 조치도 시즌초반 해제됐다.

그럼에도 전반기를 2위로 마친 팀 치고는 누적 관중수 8위는 다소 충격적이다. 3년차 키움 팬인 김 모(30)씨는 “자주 찾고 싶지만 고척돔 좌석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한 몫한다”고 말했다.

화면 캡처 2022-09-01 134134-vert
4월 관중수(상단), 8월 관중수. 사진 | KBO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두산은 개막달인 4월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11만6200명을 불러모았지만, 8월에는 가장 낮은 4만4945명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팀 성적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4월 개막달에 줄곧 상위권을 달렸다. 4월30일 5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상위권을 오가며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전통의 강팀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8월 현재 리그 8위로 추락하며 32경기 남은 현재, 가을야구 진출에서 멀어지며 팬심도 떠났다.

12년차 두산 팬 진희우(28)씨는 “2019, 2020시즌 팀이 잠시 부진했을 때 그래도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봤는데 지금은 믿음이 없어졌다. 올시즌 들어 두산이 경기를 뒤집는 일도 드문 것 같다. 지고 있는 경기를 보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 잠실구장을 찾는 일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20년차 두산 팬 이 모(46)씨 역시 “가을야구도 못 갈 것 같고 올시즌 두산 경기를 보고 있으면 답답해 경기장을 전보다는 찾지 않는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유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관중수
역대 관중현황. 괄호 안은 경기당 평균 관중수.

코로나19펜데믹 이전 4년간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팀 순위와 관중수는 어느정도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은 2018시즌 관중이 소폭 증가했다. 직전 시즌 2년 연속 9위에 머물다가 2018시즌 6위로 반등한 효과다. 롯데는 정반대로 2018시즌 관중이 급감했다. 전년도인 2017시즌 리그 3위에 올랐으나 2018시즌에는 7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화도 2018시즌 전년도 8위에서 3위로 급격한 순위상승을 이루며 관중수가 급증했다. 그러나 이듬해 9위로 추락하며 다시 급감했다.

NC는 2019시즌 한국프로야구(KBO)가 3년만에 800만 관중을 넘기지 못한 해에 유일하게 관중수가 급증한 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창원NC파크 효과다. NC는 2019시즌부터 2만21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창원NC파크를 사용했다. 지난해까지 홈구장이었던 마산구장은 수용인원이 1만1000명에 불과했으나 신구장 사용으로 관중수를 크게 늘렸다.

전 구단이 순위와 상관없이 관중수가 하락한 데 반해 NC만 큰 폭으로 증가한 또 다른 요인은 순위 상승도 있다. 직전 시즌 꼴찌(10위)를 기록했지만 2019시즌 5위로 급반등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 기세로 NC는 2020시즌 리그 1위를 차지하며 창단 첫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했다.

\'텅빈 고척스카이돔\' 빠르면 30일부터 야구팬들 직관가능[포토]
코로나19로 관중입장 제한 당시의 고척돔. 2020. 6. 28.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예외도 있다. 키움은 팀 순위와 관중수는 비례한다는 공식에서 제외다. 전신인 넥센 시절, 2017시즌 7위에서 2018시즌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으나 그해 관중은 대폭 줄었다. 이듬해인 2019시즌 리그 2위에 올랐으나 한번 떠난 팬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키움은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가장 늦게 진입해 팬층이 얕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구설수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간 팀 내부의 시끄러운 사정도 팬들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없게 했다. 지난 몇 년간 서건창, 김하성, 박병호 등 오랜 기간 키움에서 뛴 선수들이 떠나며 팬층이 이동했다. 한때 넥센 팬이었던 성 모(28)씨는 “팀명도 키움으로 바뀌고, 좋아했던 선수들이 다 트레이드 돼 흩어지니까 팀을 응원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더 이상 야구를 안 보고 있다”고 했다.

승리자축하는 SSG 선수들과 코칭스탭[포토]
SSG 선수단이 삼성전에서 승리한후 기뻐하고 있다. 2022.8.24.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경기장에서 만난 한 SSG팬은 “우리팀은 올시즌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여기에 팬심이 모으는 정답이 있는듯 하다.

2년 간의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를 넘어 엔데믹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관중을 경기장으로 초대하는 건 팀성적과 함께 ‘설령 지더라도 역전할 수 있다’는 선수들의 투지, 그리고 이를 보고 ‘내일은 승리할지도 모른다’는 팬들의 희망에 있다.

황혜정 두리번 컷

et1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