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상열의부시리그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14일(한국시간) 2022시즌 데뷔전에서 7이닝 퍼펙트게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네아폴리스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 34세의 커쇼는 미네소타 트윈스 타자를 상대로 삼진 13개를 빼앗으며 완벽 투구를 이어갔다. 그러나 투구수 80개(스트라이크 53)로 7이닝을 마친 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불펜의 알렉스 베시아로 교체했다. 베시아는 8회 안타를 허용했다.

경기 후 팬들은 다저스 전담방송 KLAC 라디오를 통해 로버츠 감독을 성토했다. 대체적으로 야구인들은 추운 날씨, 짧은 스프링 트레이닝, 6,7회 슬라이더의 위력이 감소한 점을 지적하며 교체가 당연했다며 로버츠의 판단을 존중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개막전에서 퍼펙트게임이 무산된 뒤 윌머 폰트 교체에 SSG 김원형 감독의 판단을 옹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구인들은 서로가 동지인 터라 웬만해서 감독의 결정을 비난하거나 성토하지 않는다. 하지만 팬들은 다르다. 대기록을 보고 싶어한다.

특히 팬들은 커쇼가 다저스 레전드 샌디 쿠팩스처럼 퍼펙트게임 추가 기록을 원했다. 커쇼와 쿠팩스는 공통점이 매우 많다. 좌완이고 사이영상 3회, MVP 1회를 수상한 것이 같다. 평균자책점 타이틀 5회도 똑같다. 하지만 쿠팩스는 노히트노런 4회에 퍼펙트게임 대기록을 갖고 있다. 커쇼는 2014년 콜로라도전 노히트노런 기록이 전부다. 당시 유격수 헨리 라미레스의 실책으로 퍼펙트게임이 무산되고 노히트노런으로 만족했다. 삼진 15개를 빼앗았다.

이번 커쇼 교체가 문제가 된 것은 퍼펙트게임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히트노런과는 차원이 다르다. 퍼펙트게임은 MLB 사상 통산 23차례 밖에 작성되지 않은 최고의 기록이다. KBO리그는 퍼펙트게임 대기록이 아예 없다. 퍼펙트게임은 팀의 월드시리즈, 한국시리즈 우승보다 더 위의 가치다.

KLAC 라디오토크쇼 진행자는 “내일 홈개막전에 커쇼는 열렬히 환영을 받을테지만 로버츠 감독은 팬들로부터 야유를 들을 것”이라며 투수교체에 따른 팬들의 부정적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을 예상했다.

커쇼는 경기 후 기자의 “투구수 80개 밖에 안됐다. 로버츠 감독의 교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스(포수)와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경기를 마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일단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커쇼는 “마지막 2이닝에 슬라이더가 좋지 않았다. 스프링캠프가 짧아 투구수 100개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로버츠의 결정이 잘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로버츠 감독도 커쇼가 퍼펙트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애초부터 경기를 끝낼 마음은 없었다. “투구수 88개 정도에서 교체하려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커쇼 역시 더그아웃의 행동을 고려했을 때 경기를 마치려는 생각은 없었던 듯했다. 6회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농담도 건네는 장면이 TV로 비쳤다. 야구의 불문율 가운데 퍼펙트게임, 노히트노런을 이어가고 있는 투수와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있다.

아무튼 커쇼의 4월1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 8회 교체는 두고두고 야구인과 팬들에게 안줏거리가 될 전망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