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 언론들은 시즌이 들어가기 전 성적 부진으로 자칫 중도하차할 수 있는 감독을 고른다. 이른바 ‘가시방석(Hot seat)’위의 감독들이다.

10명의 KBO리그 감독들은 현재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승패에 부담이 없는 스프링 트레이닝 시간이다. 언론을 향해 장밋빛 구상을 밝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감독의 시즌 구상에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30경기를 치르게 되면 팀 전력의 윤곽이 드러난다.

2022시즌 가시방석 위의 감독은 전년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감독들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2년 연속 성적 부진은 결정적 해고의 요인이다. 팀리빌딩도 성적이 향상되면서 가능성을 보여야 자리보전이 가능하다.

지난해 꼴찌 감독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시즌 도중 지휘봉을 넘겨 받은 롯데 래리 서튼, 한국시리즈 챔피언에서 1년 만에 추락한 NC 이동욱, 감독 첫해 6위로 가을야구 도전에 실패한 SSG 김원형 감독 등 4명이 가시방석의 주인공들이다. KIA는 김종국 신임 감독 체제가 들어서 언급된 4명의 감독과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2년 계약이 만료되는 SSG 김원형 감독은 최선봉이다. 오프시즌 가장 전력이 크게 보강됐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좌완 김광현마저 친정으로 유턴하면서 전력보강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단숨에 우승권 전력이 됐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같으면 영입 전과 후를 따져 우승 확률을 점칠 수 있을 정도로 김광현 영입은 결정적이다. SSG는 2021시즌 평균자책점 4.82로 리그 8위였다. 선발로테이션은 5.29로 최하위였다. 2022시즌은 선발 로테이션에 날개를 단 격이다.

SSG 프런트는 취약한 마운드 보강이 가을야구 열쇠임을 알고 있다. 결국 엄청난 돈을 투자해 두자릿수 승수 작성이 가능한 2명을 영입했다. 모두 메이저리그 출신이다. 이반 노바, 김광현이다. 공격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다. 지난해 홈런 185개로 전체 1위다. 공격의 전력 누수는 없다. 테이블세터 추신수가 나이 1살이 더 들었다는 점 빼고는 없다.

2021년 6위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전력으로 끌어 올렸기에 김원형 감독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심리적 부담감은 훨씬 커졌다. 메이저리그급의 팀을 만들어도 성적으로 연결시키는 주역은 감독이다.

SSG의 전신 SK는 짧은 기간에 팀을 꾸준한 강팀으로 만든 KBO리그의 성공한 팀이다. 2000년 쌍방울을 인수해 출범한 뒤 2020년까지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성공했다. SK 21년 동안 가을야구 초대받지 못한 시즌은 9차례에 불과하다. 신세계가 인수하면서 곧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마운드 부실로 실패했다. 새로 인수한 팀이 첫해 우승한 경우는 1990년 LG 트윈스(전신 MBC 청룡)가 유일하다.

SSG는 김원형 감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프런트 민경삼 사장, 류선규 단장의 거취도 결정될 수 있다. SSG가 간부들의 고용승계 약속은 두 시즌으로 보면 된다. 민경삼 사장은 SK 우승 감독 김성근, 트레이 힐만을 영입한 주인공이다. 투수출신 김원형을 감독으로 선택한 것 역시 민경삼 사장이다. 그의 선택이 이번에도 맞는지는 2022시즌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SSG는 감독과 프런트 간부 나란히 한 배를 탄 운명이 됐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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