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KBO리그는 올해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팀들의 해외 전지훈련을 포기하고 남쪽에서 2022시즌에 대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프링트레이닝은 감독에게 가장 여유로운 기간이다.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않는다. 줄곧 장밋빛 청사진이 제기되는 때다. 하지만 시범경기 때가 되고 시즌을 앞두면 전력의 허술한 부분도 도드라져 장밋빛 전망은 사라진다.

1982년에 출범한 KBO리그는 10개 구단이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게 됐다. 30개 구단 체제의 메이저리그는 6개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KBO리그 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KS 우승을 못하고 있는 팀은 롯데 자이언츠와 LA 트윈스다. 롯데는 1992년, LG는 1994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팬들은 30년, 28년씩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 시장을 갖고 있는 두 팀의 우승 좌절은 KBO리그의 불행이다.

LG는 지난해 12월 예상을 깨고 차명석 단장을 유임시키고 이규홍 사장은 물러났다. 구단은 정기인사로 이규홍 사장이 물러나고 신임 김인석 사장이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LG 그룹이 야구단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1994년 마지막 우승 때 LG에 몸담았던 프런트맨과 전직 코치들은 2018년 11월에 부임한 이규홍 전 사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 전 사장은 1994년 구본무 구단주를 모셨던 비서 출신이다. 당시 LG는 다른 구단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선수 처우, 2군 훈련장 및 숙소 마련, 앞을 내다본 행정 등 선진적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이 때를 소상히 알고 있던 터라 LG에 새 바람을 기대했다.

이규홍 전 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친 터라 그룹 차원에서는 마무리가 잘 된 케이스다. 하지만 LG의 정체성없는 구단 운영은 여기서 드러난다. 그룹 간부 아무나 보내면 된다는 인식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KS에 7차례 우승한다. 1982년~2011년까지 KS 우승은 1985년 전후기 통폐합 우승이 유일했다. 2001년까지 삼성은 암흑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 2002년부터 바뀌었을까.

당시 삼성 그룹의 파워맨은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 격인 이학수 실장이었다. 구단의 김재하 단장은 이학수 실장과 제일모직에서 상하관계에 있었다. 이학수 실장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김응룡 감독을 사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야구를 대단히 사랑했다.

이 때 일화가 있다. 김재하 단장이 이학수 실장에게 사장, 단장 등 프런트 간부를 자주 교체하지 말아 달라고 건의했다는 것이다. 업무의 지속성을 유지시켜 달라고 했다. 삼성이 2002년 이후 2014년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7차례 우승의 밑거름을 다진데는 김재하 단장(나중에 부사장으로 진급)의 건의가 주효했던 것은 야구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룹내에서 비록 야구단이라도 사장까지 오르려면 능력이 검증된 인재들이다. 하지만 롯데나 LG와 같은 야구단에 있다가 물러나면 스타일만 구긴다. 성적 스트레스만 잔뜩받고 무능력자가 돼버린다.

과대포장된 간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잦은 인사 교체는 성적과 반비례한다. 큰 투자없이 늘 플레이오프 경쟁을 벌이는 두산은 프런트 간부들이 자주 교체되지 않는다. 야구단 사장이 2,3년에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역할을 차지한다면 그는 탁월한 경영자로서도 손색이 없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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