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SK 염경엽 감독,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25일 문학 두산전에서 3-3으로 맞선 2회 팀의 연속 실점으로 3-6으로 리드를 다시 뺏긴 뒤 덕아웃에서 혼절 증세를 보여 응급차에 실리고있다. 2020.06.2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SK 염경엽(52) 감독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혼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염 감독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 도중 쓰러졌다. 2회초 공수교대 상황에서 갑자기 SK 더그아웃이 술렁거렸고, 두산 김태형 감독까지 SK 더그아웃 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급히 구급차가 들어왔고, 염 감독은 병원으로 긴급후송됐다. 들것에 실려나가던 염 감독의 눈은 감긴 상태였고, 손과 몸 등이 바르르 떨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송 도중 의식을 조금 회복한 뒤 정밀검진에 들어갔다.

경기는 구급차가 들어왔다가 나가느라 약 5분 정도 중단됐다가 속개됐다. 이후 경기장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2회초까지 양팀 더그아웃에선 동료를 응원하는 파이팅이 쏟아졌지만, 염 감독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에는 응원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1차전에서 양팀 도합 20득점의 화끈한 난타전이 벌어졌지만, 양팀 더그아웃에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많았다.

염 감독은 최근 팀 상황 악화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지난해 아쉽게 정규시즌 우승을 놓친 SK는 올시즌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20년만에 10연패를 기록하더니, 이날 경기 전까지 7연패를 당하며 9위에 머무르고 있다. 염 감독은 철저히 분석하고 계산해 팀을 운용하는 스타일이다. 밤을 새더라도 당일 경기를 복기하고 다음 경기를 몇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하지만 올시즌 염 감독의 계산대로 야구가 풀리지 않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최근 “야구가 어렵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시즌 천재지변에 가까운 부상악재가 먼저 염 감독을 흔들었다. 시즌 초반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초반 거포의 위용을 되찾으며 홈런을 펑펑 터뜨리던 한동민도 부상의 덫에 걸렸다. 지난해 3할타자 고종욱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 여파로 SK는 10연패 늪에 빠졌다.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이흥련을 영입했고, 이재원과 고종욱 등도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자 염 감독의 속은 더 타들어갔다.

최근 마무리 하재훈까지 부진으로 이탈한데다 선발 김태훈도 불펜으로 돌아가는 등 마운드 정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기 전에도 염 감독은 “김태훈이 본인이 잘하는 불펜으로 가기로 했다. 선발 한 자리는 젊은 선수들이 경쟁해야할 듯 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배경을 설명하는 염 감독의 낯빛은 어두웠다. 본인의 계산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더 그랬다. 이날 초반 경기 상황도 긴박했다. 1회초 3점을 먼저 내준 SK는 1회말 3-3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이 되는 순간 염 감독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2회초 다시 3점을 내주며 경기는 바로 3-6으로 뒤집혔다. 이후 염 감독이 쓰러졌다. 긴급 검진 결과 스트레스와 불충분한 식사, 수면으로 인한 심신 쇠약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추가 검사 필요성을 제기해 병원에 입원했다. 복귀 때까지 박경완 수석코치가 팀을 끌고 갈 예정이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대 프로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인기가 높아지자, 감독들이 받는 스트레스 강도도 강해졌다.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사례도 늘어나며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늘어났다. 경기결과에 따른 팬들의 도 넘은 비난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통해 노출돼 감독들의 남모를 속앓이도 증가했다. 염 감독처럼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령탑도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스트레스 위험에 노출된 감독들의 건강문제를 돌아봐야할 때다.

iaspir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