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대, 조용호
KT 배정대(왼쪽)와 조용호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KT위즈

[수원=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인터뷰 내내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줬지만 서로를 향한 진심이 담긴 응원에서 강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수많은 역경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공통분모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만년 백업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2020시즌, KT의 히트상품 배정대(25)와 조용호(31)는 KBO리그에 자신들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가 줄부상당하며 위기를 맞이했을 때, 배정대와 조용호는 자칫 추락할 수 있었던 KT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활약을 펼쳤다. 공수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근성은 두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강철 감독이 주전으로 발탁해 중용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 지금의 두 선수를 만들었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배정대와 조용호를 만나 ‘역전 인생’을 살고 있는 소감을 물었다.

배정대 조용호
KT 배정대(왼쪽)와 조용호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KT위즈

◇주전의 삶, 어떻습니까

주축 선수들의 뒤를 받치는 백업의 삶을 살다가 180도 바뀐 ‘주전의 삶’을 사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했다. 먼저 질문을 받은 조용호에게선 정말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조용호는 “(주전으로 나서면서) 피로도가 높아진 게 확 체감된다. 나도 이젠 어린 나이가 아니다. 평소에 약도 잘 안 챙겨먹기 때문에 평소처럼 밥 잘 먹으면서 체력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정대는 “매일 나와서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체력관리를 위해선 비타민을 복용하거나 저온 냉각 치료를 받으면서 여름에 잘 버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대의 얘기를 듣던 조용호가 “야, 그럼 내가 뭐가 되냐”면서 면박을 줬지만 배정대는 웃음기를 머금은 채로 자기 할 말을 꿋꿋이 해 웃음을 안겼다.

◇도대체 이전과 뭐가 달라진걸까

조용호와 배정대는 올해 전까지 주로 백업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당당히 주전으로 발돋움 해 KT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백업에서 주전으로 올라서기까지 두 선수 모두에게 이전과 다른 무언가가 추가되거나 바뀐게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용호는 “전 정말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배정대도 “(조)용호 형은 진짜 바뀐 게 없다”고 증언했다. 조용호는 “변화를 주려고 한 게 없다. 유일한 변화라면 코치님 몇 명이 바뀐 것”이라는 재치있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결국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조용호를 만들었다. 그는 “사실 KBO리그에서 나같은 타자를 대타 1순위로 기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감독님이 찬스마다 나를 써주셨고, 그 경험을 통해 심장이 많이 커진 것 같다. 관리도 잘 받고 있고, 예년보다 심적으로 편해졌다. 어떤 상황이든 즐길 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정대는 가장 크게 달라진 요인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배트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하는 등 기술적인 변화도 줬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마음가짐이 타석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정대는 “감독님께서 시즌 개막 전부터 ‘너 한번 써볼테니 잘해보자’고 얘기를 해주셨고 ‘잘 할 수 있다. 경기에서 좋은 모습 나올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타격 코치님도 비슷한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타석에서도 ‘내가 해결할 수 있다’, ‘못치는 투수의 공은 없다’는 마음으로 스윙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용호 배정대
KT 배정대(왼쪽)와 조용호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KT위즈

◇역경 뚫고 올라온 길, 그래서 더 소중한 현재

조용호와 배정대의 야구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조용호의 야구 인생은 ‘인간 극장’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단국대 4학년 때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한 뒤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발목 부상 재발로 팀을 나와야만 했다. “실제로 야구를 그만뒀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조용호는 사회복무요원 기간 중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졌다고 했다. 그는 “야구를 그만둔 이후에도 TV로 경기를 봤다. 함께 야구를 했던 동기들이 1군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야구뿐이라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이후 육성선수로 SK에 입단한 조용호는 점차 존재감을 뽐낸 뒤 KT에서 만개했다.

상위 라운더로 LG에 지명될만큼 큰 기대를 받은 배정대도 기대와 달리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KT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LG에서 1년만 있었지만 그 땐 많이 어렸다. 무작정 경기만 뛰면 된다고 생각했다. KT에 와서 1군 경험을 쌓았지만 그 때도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 작년까지도 그랬다”고 돌아봤다. 자기만의 것이 정립돼 있지 않아 정체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일찌감치 기회를 받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빛을 보면서 배정대의 야구 인생도 180도 뒤바꼈다.

역경을 뚫고 지금의 위치에 선 두 사람에겐 경기에 나서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지는 허슬 플레이에서 간절함마저 느껴진다. 선배들에겐 자극이 되고, 후배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 조용호와 배정대가 KT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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