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월드워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이러스의 역습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진 가운데, ‘좀비’를 소재로한 영화와 드라마가 소환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바이러스 전염병을 다룬 영화 ‘감기’, ‘컨테이젼’부터 사이비 종교를 다룬 드라마 ‘구해줘’, 영화 ‘사바하’ 등 현 시국과 닮은 콘텐츠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재난영화 중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블랙 썸머’, 영화 ‘월드워Z’, ‘28일 후’ 등 좀비 바이러스라는 대재앙을 다룬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월 공개된 ‘킹덤1’이 왕으로부터 시작된 역병으로 굶주리는 백성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킹덤2’는 역병의 진실에 더욱 집중해 그 원인이 지배계층의 탐욕스러움과 이기심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여기에 조선시대에 창궐한 좀비 역병이란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연출과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시기와 맞물리며 의도치 않게 시의성까지 챙기게 됐다.

반응도 뜨겁다. 지난 15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늘 한국의 TOP 콘텐츠’에서 ‘킹덤2’가 1위에 오르는가 하면 국내 뿐 아니라 외신들도 호평을 쏟아내며 관심을 입증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 칼럼니스트 에릭 케인은 “글로벌 팬데믹이 걱정된다면 ‘킹덤’을 봐야 한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킹덤2’는 역병이 번져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고,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코로나19 시국을 맞은 현재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를 다룬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썸머’는 좀비 대재앙이 발생해 전 인류의 95%가 사망하는 종말의 비극을 그린다. 가족과 함께 피신하던 주인공이 그 과정에서 딸과 헤어지게 되면서, 딸을 찾기 위해 소수의 생존자 그룹과 함께 최후의 피난처로 향하는 내용이 ‘블랙 썸머’의 줄기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겐 극중 영어 한마디 못하는 한국인 주인공 경선(크리스틴 리)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좀비

영화 ‘월드워Z’(2013)와 ‘28일 후’(2002)도 다시 소환 중이다. ‘월드워Z’는 원인 모를 좀비 떼들이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해오면서 전세계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인류가 존재의 운명을 걸고 좀비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좀비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는 실험실의 원숭이가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이것이 인간에게 전염되면서 공격적인 성향을 일으키는 좀비가 된다는 설정이다. 코로나19 첫 발병지인 우한(武漢)시의 처참한 모습이 마치 영화 ‘28일 후’를 연상시킨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으로 입소문을 탔다.

코로나19의 공포감 속에서 그 공포감을 극대화 시키는 콘텐츠를 찾는건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힐링과 위안을 주는 작품보다 현실을 닮은 좀비 스릴러들로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단순히 좀비영화라고만 할 수 없다. 좀비는 바이러스의 상징적인 의미로, 확인되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와 빠르게 퍼져나가는 전염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좀비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겪을 수 있는 공포의 최고봉 같은 느낌이다”라며 “매일 쏟아지는 코로나19 뉴스와 재난 문자,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들 속에서 현실적 공포에서 벗어나 좀비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더 편하고 재밌게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넷플릭스, 영화 ‘월드워Z’ ‘블랙 썸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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