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이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의 훈련장에서 만나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용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용인=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25)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흥국생명)을 넘어 정상에 서고 싶어 한다. 사이 좋은 자매지만 우승에 양보는 절대 없다.

이다영은 현대건설의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한층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국가대표 주전 세터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다. 목표는 통합우승이다.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의 현대건설 훈련장에서 본지와 만난 이다영은 “우승이 정말 간절하다. 자신감도 있다. 지난 시즌에는 재영이가 통합우승을 했지만 이번엔 우리 차례”라고 말했다.

◇“재영이 나와도 우리가 이긴다”

올 시즌 현대건설은 빈 틈 없는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양효진이 센터에서 중심을 잡고 라이트에 외인 헤일리 스펠만이 안착했다. 고예림과 황민경이 버티는 레프트의 안정감도 탁월하다. 화룡점정은 세터 이다영이다. 이다영은 국가대표 세터답게 뛰어난 기량으로 팀을 이끈다. 이다영은 “확실히 좋아졌다. 지난해 너무 힘들었는데 올 시즌에는 다들 잘해주고 있다. 헤일리가 처음 왔을 때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괜찮다. 우승을 노릴 전력”이라며 현대건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이재영은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견인하며 MVP를 석권,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다영은 “그때 재영이를 열심히 응원했다.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라면서 “감동한 것도 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부러운 마음도 컸다”고 털어놨다. 이재영이 펄펄날 때 이다영은 현대건설이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프로 데뷔 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제 상황이 다르다. 이다영도 당당하게 통합우승을 노리는 입장에 섰다. 그는 “사랑하는 자매지만 배구에서는 양보하지 않는다. 둘이 은근 신경전을 많이 한다. 선수 대 선수로 라이벌 의식이 있다. 재영이와 플레이오프, 챔프전에서 만나도 이길 자신이 있다. 우승은 우리가 할 것”이라며 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재영이가 우승했으니 이번에는 가족도 저를 응원해야 한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다영은 간절하게 우승을 원하지만 개인 수상에 관심이 없다. 이다영은 “MVP는 (양)효진 언니가 받지 않을까. 내가 받으려는 건 욕심이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토] 양효진-이다영 \'연경 언니, 와 줘서 고마워요\'
도드람 2019~2020 V리그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가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김연경이 경기 후 현대건설 양효진, 이다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충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다영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이 7일 경기도 용인 훈련장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텐션 올라와야 배구 더 잘 돼”

이다영은 코트 안에서 개성 있는 선수다. 동료들과 웃고 스킨십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다영은 “난 경기 중 텐션이 올라와야 배구를 더 잘하는 스타일이다. 어떤 분은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렇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다. 풀어놓고 놀아야 한다. 운동할 때만큼은 외향적이다. 느끼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아직 어리니까 당분간 이렇게 하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량 외에도 이다영은 예쁜 외모로도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이다영은 “솔직히 밖에 나가면 예쁜 얼굴은 아니라고 본다. 배구를 조금이나마 잘하니까 관심을 주신다고 본다. 배구를 못했다면 인기도, 관심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세터지만 공격도 곧잘 해낸다. 올 시즌 8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다영은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지만 득점에 가담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장신 센터의 장점이라 생각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다영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이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의 훈련장에서 만나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용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나는 아직 꽃 피지 않았다”

올 시즌 이다영은 한 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팀, 소속팀에서 모두 마찬가지다. 세터는 보통 서른 살을 넘어야 기량이 만개한다고 하는데 20대 중반인 이다영은 이미 원숙한 기량을 뽐낸다. 정작 그는 “칭찬을 들을 때 민망하다.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며 손사래를 친 후 “대표팀에서 잘 배워 자신감이 생긴 것은 맞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빠른 토스를 요구한다. 좌우, 센터, 후위를 다양하게 이용하라고 한다. 그런 배구를 좋아해 도움이 많이 된다. 김연경, 양효진 같은 언니들의 조언도 크다”며 성장의 원동력을 얘기했다. 다만 이다영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아직 꽃 피지 않았다. 이제 시작하는 선수이니 앞으로 더 잘할 것이다.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예쁜 꽃이 피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 때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