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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오스카는 덤이다 생각했는데, 주면 땡큐였는데… 일단 너무 기뻐요!”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 ‘기생충’에는 봉준호 감독 그리고 영화의 제작을 한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52) 대표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의 제목과 함께 가장 먼저 호명된 이름은 곽신애 대표였다.

그는 벅찬 가슴으로 무대 위에 올라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이는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 분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특별한 소감을 밝혔다.

‘너무 기뻐 눈물도 안나온다’는 말이 바로 이 순간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 곽신애 대표는 믿기지 않는 듯 “우리 모두가 해낸 것이라 더욱 뜻깊다. 앞으로 더 열심히 영화를 제작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또한 그동안 영화를 위해 힘써준 모든 사람 그리고 바른손이앤에이와 가족들과 함께 이 영광의 순간을 바친다”면서 “‘기생충’ 덕분에 처음 겪는 신기한 어마어마한 일들을 경험하게 됐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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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대표와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 ⓒA.M.P.A.S.®,

곽신애 대표는 첫 낭보를 전한 칸 영화제부터 봉준호 감독과 함께 약 10개월 동안 수 십여개의 상을 받는 대장정에 올랐다. 영화제에 참석할 때 마다 SNS를 통해 현장 분위기 및 수상소감을 전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아카데미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4관왕까지 오르게 될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곽신애 대표는 벅찬 감정을 다시 한번 말했다.

곽신애 대표는 “레이스 기간의 수많은 상과 화제성 그리고 후보 지명까지 오는 과정에서 그 자체로 이미 전세계의 ‘기생충’(다른 후보작들도 마찬가지)의 박스오피스 숫자가 상승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이런 걸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더불어 “영화 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아카데미 수상 등을 통해) 비수기 극장가도 북적이게 하고, 영화 그리고 감독 및 배우, 스태프들에게 화제를 보여하며 산업적인 인력의 풀도 넓히는 1석 2조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제작사로 영화 산업에 기여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것을 내다봤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곽신애 대표는 1990년대 시네필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히던 영화 전문잡지 ‘키노’ 창간 멤버로 3년간 일했다. 이어 LJ필름, 신씨네 등 영화사에서 마케팅 업무와 프로듀서를 했다. 2010년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과 바른손필름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가 됐고, 강동원 주연 영화 ‘가려진 시간’(2016)과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했다. 또한 곽신애 대표는 영화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친구’(2000)의 곽경택 감독이 오빠고, ‘은교’(2012), ‘침묵’(2017)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하지만, 곽신애 대표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작품을 선보일 때 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이력이 따라붙은 만큼 책임감도 더 커졌다.

곽신애 대표는 서두르지 않았고, 과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하던대로 할 것이다. (수상을 했다고)바뀌면 안 될 것 같다. 매력적인 영화를 찍는 감독과 함께 열심히 작업을 할 것”이라며 차분하게 말했다.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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