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세계영화계의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수석에 대한 재미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30일(한국시간) ‘기생충’의 주역 봉 감독과 송강호와 가진 인터뷰를 공개했다. 봉 감독은 “영화를 보며 혹시 봉 감독도 집에도 너무도 은유적으로 표현됐던 수석이 있지 않은지 궁금해졌다”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있다”고 답했다.

영화 속에서 명문대에 다니는 민혁(박서준 분)은 주인공 기우(최우식 분)에게 부를 가져다준다는 산수경석을 선물한다. 금강산을 축소해놓은듯한 이 돌은 영화 서두에 등장해 후반부 극적 반전의 장치로도 사용된다.

봉 감독은 “몇년 전 돌아가신 제 아버지는 실제로 제가 어렸을 때 수석을 모으셨다. 한국에서는 많은 집에서 수석을 갖고 있다”면서 “나는 자라면서 늘 수석에 둘러싸여 있었고 아버지가 강에 수석을 채취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 기우의 엄마처럼 그의 엄마도 ‘먹지도 못할’ 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어머니는 무거운데다 청소하기도 힘든 그 수석들을 무척 싫어하셨다. 그래서 그걸 옮길 때면 몰래 내다버리곤 하셨다”고 말했다.

해외관객들에게는 다분히 낯설 수석은 놀랍게도 영화의 은유적 장치로 제대로 작동했고, 많은 해외관객들이 ‘기생충’의 블랙유머에 공감하고 열광했다.

그는 “칸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 여러 나라에서 온 관객들이 큰 소리로 웃고 박수를 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반응이었다”면서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관객들이 그렇게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준 것에 무척 행복했다”며 감탄했다.

이같은 반응은 송강호도 비슷했다. 지난 2006년 영화 ‘괴물’로 처음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송강호는 ‘밀양(2007 이창동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김지운 감독)’, ‘박쥐(2009 박찬욱 감독)’에 이어 ‘기생충(2019)’까지 13년간 칸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다른 영화처럼 관객들은 진지하고 분위기도 무거웠는데, 관객들이 환호하니까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을 전했다.

무려 20년간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봉 감독과 송강호가 처음으로 기밀유지계약서를 쓴 사실도 공개됐다.

송강호는 “봉 감독은 자신이 계획하는 영화를 몇년 전부터 나한테 이야기 해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본을 주면서 종이를 하나 더 내밀더라. 기밀유지계약서(NDA)였다”면서 “내가 대본 내용을 어디다 흘리면 소송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대본을 보려고 사인을 했다”며 웃었다.

한편 ‘기생충’은 다음달 9일 미국 LA에서 개막하는 2020 아카데미시상식 6개 부문 최종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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