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안치홍 영입1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한 안치홍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고마운 마음만 갖고 갑니다. 부끄럽지 않게 해야죠.”

10년간 정든 광주를 떠나는 안치홍(30·롯데)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이미 자필편지로 팬들에게 인사한 것처럼 이적을 결심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친정팀인 KIA에 서운한 감정도 있을법 한데 안치홍은 “내가 클 수 있었던 것도 KIA였기 때문”이라며 “고마운 마음만 갖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대부분 누린 팀이다. 골든글러브,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등 쉽게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거듭 강조했다.

롯데와 옵트아웃이 포함된 최대 4년 56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안치홍은 정신없는 계약 첫 날을 보냈다. 그는 “태어나서 가장 정신없는 하루”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전)준우형이나 (김)선빈이 형한테 미안해서 전화도 못하겠더라. 둘 다 열심히했고,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꼭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며 절친들을 걱정했다. 계약을 마쳐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껏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치홍의 심성이 그렇다.

고심끝에 롯데를 선택한 배경은 예상외로 심플했다. 그는 “2루수로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가장 크다. 롯데에서도 다른걸 떠나 수비 잘하는 2루수로 평가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지난해 실패 원인을 “벌크업 붐에 동참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붐 답게 빨리 사그라지더라. 빨리 태세전환을 해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겨우내 식단조절과 다른 방식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날렵한 몸매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는 “무작정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이너머슬부터 차근차근 만들면서 감량해야 하기 때문에 힘은 들지만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수비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절치부심 그 자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역시 안치홍’이라는 평가를 다시 들어야 한다. 안치홍은 “KIA에 작별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언제 또 다시 만날지, 사람 미래는 모르는 것 아닌가. 롯데로 이적했기 때문에 사직구장이 함성으로 가득차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안치홍을 연호하는 물결로 사직구장이 일렁이면 롯데도 높이 비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러울 시기. 안치홍은 “(목표한 것을)해내는 일만 남았다. 그것만 보고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