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광고
지난 2014년 배달의민족이 배우 류승룡을 모델로 선보인 TV광고 화면.  출처 | 유튜브 화면 캡처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 ‘OO도 우리 민족이었어!’란 강력한 애국 마케팅을 앞세워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1위에 오른 ‘배달의민족’이 독일 기업에 인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배달의민족을 운영해 온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매각에 대한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소상공인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들은 이번 매각으로 인해 국내 배달 앱 시장이 독일 자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각종 수수료 인상 등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배달의민족이 내세웠던 애국 마케팅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와 인수합병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DH는 국내 배달 앱 2·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에 이어 1위 배달의 민족까지 인수하면서 사실상 국내 배달 앱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

실제로 이날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할 경우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 98.7%를 장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용자 수는 1110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애국 외치던 배달의민족 결국 해외 자본에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은 우리나라 상고시대 명칭인 ‘배달(倍達)’과 앱 명칭이 동음이의어라는 점에 착안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OO도 우리 민족이었어’ 등의 애국 마케팅을 전개해왔다.

특히 DH의 자회사인 요기요가 지난 2015년 배달통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사실상 인수하면서 우아한형제들은 1위 수성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자 이 같은 애국 마케팅을 통해 토종 서비스인 점을 강조하며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번 매각은 우아한형제들 성장의 근간으로 꼽히는 애국 마케팅을 송두리째 버린 셈이다.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선 독일 기업에 인수되는 것에 빗대어 “우리는 게르만 민족이었어”란 조롱 섞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또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돈이 되면 나라도 팔아먹는 민족입니다”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오가고 있다.

물론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글로벌 기업에 편입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이 강조해 온 토종 앱이란 점과 국내 스타트업 선두주자란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 배달수수료 상승 등 독점 폐해 우려

소상공인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들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인수합병으로 인해 배달수수료 상승 등 독점 폐해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 앱 서비스 배달의민족 운영업체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와 배달통 등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을 엄정히 심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업체가 결합하면 독점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소상공인연합회의 판단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리서치랩에 의뢰해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방문면접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배달 앱 서비스의 문제점으로 ‘배달업체의 광고비 폭리(41.3%)’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앱 광고 서비스 월평균비용(40만4000원)이 배달 앱 서비스 전체 월평균 지출비용(83만9000원)의 48.2%에 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매달 빠져나가는 배달앱 수수료 비용은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합쳐지면 독점으로 인한 배달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많은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1개 기업으로 배달 앱 시장이 통일되면 자영업 시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90% 이상의 배달 앱 시장이 독일 자본의 지배를 받으면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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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왼쪽)와 김범준 차기 대표(오른쪽)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공 |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인수합병 후에도 수수료 인상 없을 것”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인수합병 후에도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전직원과의 대화 시간인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에서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수타는 그동안 김봉진 대표가 홀로 직원들 질문에 답변했지만 이날은 차기 CEO로 내정된 김범준 부사장이 공동 답변자로 나선 것.

그러면서 김 부사장은 향후 요금정책에 대해 “내년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될 과금 체계를 우리는 이미 발표했다”며 “중개 수수료를 업계 통상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5.8%로 낮추고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던 ‘깃발꽂기’를 3개 이하로 제한, 요금도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배달 앱 중에 수수료율을 5%대로 책정한 곳은 배달의민족 밖에 없다”며 “이 같은 낮은 수수료율이 결국 음식점주님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모시는 원동력이 됐고 많은 음식점을 만날 수 있으니 이용자와 주문 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부사장은 “업주님과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때 플랫폼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시장지배력이 높아진 이번 인수합병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두 회사의 실질적인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란 문턱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공정위의 판단이 주목된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업결합심사 서류를 준비해 다음 주 중 제출할 예정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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