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광현 \'이걸 치다니\'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4회초 2사 상대 샌즈에 좌중간 안타를 허용한 후 웃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ML) 도전이 거세다.

SK 에이스 김광현과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이상 31)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공 여부를 떠나 KBO리그 출신의 ML 도전은 올해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절대 에이스’ 양현종(31·KIA)과 NC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30),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24·키움)은 내년 시즌 후 ML 도전을 목표로 삼았다. 성사여부를 떠나 ML이라는 창대한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하는 선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들의 도전은 위기에 빠진 KBO리그와 한국야구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ML뿐만 아니라 이대호(롯데) 이후 명맥이 끊어진 일본프로야구(NPB) 진출도 활성화돼야 한다. KBO리그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KBO리그 톱 클래스는 더 큰 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포토] 김재환, 끝내기...홈런인 줄...
두산 김재환이 22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6-6으로 맞선 9회 타격 후에 타구를 쫓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들도 ML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는 입시 위주의 기형적 운영방식으로 기본기를 다질 수 없는 구조다. 야구 기본기뿐만 아니라 기초 체력도 부족해 어릴 때 해외무대에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KBO리그 선수들이 ML과 일본 등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KBO리그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 ML 등 더 큰 무대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코스가 KBO리그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진학 중심의 아마추어 시스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김광현 등 ML 문을 두드리는 입장에서는 단순히 ‘꿈을 펼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야구 전체 흐름을 바꿀만 한 뇌관이 담겨있다는 의미다.

ML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ML 미네소타에서 두 시즌을 보낸 박병호(키움)는 “미국은 미국”이라는 짧은 말로 만만치 않은 무대라고 말했다. 힘과 기교를 떠나 프로세스 자체가 달라 생소하다는 선수들도 많다. 1세대 빅리거이자 유일한 월드시리즈 2회 우승자인 김병현 MBC해설위원은 “처음 미국에 가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에 빠진다. 단체훈련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개인훈련으로 보내는 미국 선수들의 문화에 이질감을 느낀다. 자기함정일 수도 있는데 미국 선수들의 훈련 방식을 무턱대고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내가 갖고 있던 장점을 잃어버린다”고 귀띔했다. 개인훈련이 생활화된 점도 한국 선수들의 적응을 늦추는 요소다. 자기만의 확고한 야구 이론과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양현종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체력과의 전쟁도 불가피하다. 비행기로 이동하는데다 시차도 있다. 피로를 풀 시간이 KBO리그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낯선 환경, 문화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체력관리에 실패하면 부상과도 직결된다. KBO리그에 비해 몇 배나 강한 경쟁체계를 고려하면 한 번 삐끗하는 순간 기회를 박탈당하기 마련이다. 심리적 중압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박병호를 포함해 김현수(LG) 황재균(KT) 등은 빅리그 연착륙에 실패했다. 송승준(롯데)과 이학주(삼성) 등 ML 입성이 유력하던 선수들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야구 괴물’이 수두룩한 정글 속에서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정신, 체력, 기술 등 세 가지 모두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쟁취할 수 있다. ML 러시가 가시화될수록, KBO리그 출신 빅리거가 증가할수록 기량을 더 끌어 올리기 위한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도전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 흐름이 KBO리그에 뿌리를 내리면 리그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한국 야구의 숙원인 국제경쟁력 강화도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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