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스포츠서울] 저는 약속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007년 SK 와이번스 수석코치 시절에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팬티만 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던 것도 바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6월 강원도 원주고등학교에서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지금도 서울과 수도권 등 큰 도시에 집중 되어 있는 아마추어 엘리트 야구 현실은 지방 학교에게 많은 관심을 많이 가져주지 못하게 합니다.

원주고등학교로 내려가 선수들과 함께 훈련 하는데 선수들의 야구 열정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강원도에는 엘리트 아마 야구부가 많이 없어서 지역 팀 간의 교류전을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연습 경기를 하려면 최소한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강릉 혹은 수도권으로 와야 합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정식 대회에서 선수들의 경험 부족으로 드러납니다. 원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는 등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늘 강조하고 이야기하지만 연습만 해서는 기량을 향상 시킬 수 없습니다. 자신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경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진야구나 프로에서는 많은 훈련을 하기 보다 실전을 종요하게 여깁니다.

당시 원주고등학교는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첫 경기에서 경상권의 강팀인 경북고등학교와 경기를 하게 됐습니다.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첫 경기 상대가 경북고등학교라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데요.

저는 원주고등학교 재능기부 훈련을 중단하고 ‘어떻게 하면 강호 경북고등학교를 상대로 원주고등학교 선수들의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마추어 야구는 강팀도 없고 약팀도 없습니다. 정말 아마추어 야구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야구는 자신감과 기싸움입니다. 하나로 뭉치면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것이 야구입니다.

투수들은 타자를 피해 코너워크 위주의 투구가 아닌 자신있게 포수 한 가운데로만 집중해서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타자는 잘 치려고만 하지 말고 주자가 루상에 있으면 초구부터 강하게 공만 타격을 해야 합니다. 또 동료의 실수에도 질책보다는 격려를 해야 합니다.

결국 원주고등학교는 황금사자기대회에서 강호 경북고등학교와의 첫 경기에서 6:2 승리했습니다.

사실 원주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너희가 경북고를 이기면 내가 다시 한 번 너희들에게 재능기부 훈련 지도를 해주겠다’라고 약속을 했었는데요.

전국에서 재능기부 요청이 들어오지만 몸이 한 개인지라 1년에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하는 곳이 숱한데 같은 학교를 짧은 시일 안에 두 번 간다는 건 사실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주고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말 없는 시간을 쪼개서 최근 다시 원주고등학교를 방문해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저는 오늘도 대한민국 그 어딘가에서 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만수 전 SK감독·헐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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