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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인천광역시가 주최한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일본 밴드가 공연 도중 전범기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래픽 영상을 1~2분간 대형 스크린에 상영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아티스트 측은 전범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10일 오후 ‘2019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토요일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무대에 오른 일본 그룹 코넬리우스는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였다.

그런데 공연 초반 대형 스크린에 전범기 혹은 전범기를 모티브로 한 영상이 상영되는 일이 벌어졌다. 코넬리우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70분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 후 일부 팬들은 SNS 등을 통해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코넬리우스는 “오프닝 영상에서 전범기가 연상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이 영상은 60년대 미국의 한 교육영화를 팝아트적인 영상으로 샘플링 한 것이다. 이 샘플링을 통해 전범기를 연상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고, 전범기도 아니며 정치적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전범기는 깃발 중심부 원에서 광선이 뻗어나가는, 붉고 흰 도안의 깃발을 일컫는다. 이날 상영된 영상 속 그래픽은 전범기의 속성을 갖고 있었다.

코넬리우스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오야마다 케이고가 만든 솔로 프로젝트 그룹이다. 1990년대 일본을 풍미했던 아티스트로 미국 등지에서도 활동을 한 바 있다.

해외 아티스트가 전범기 혹은 전범기를 모티브로한 그래픽이나 영상, 패션 등을 공연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코넬리우스 공연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 그룹이기 때문에 전범기의 의미, 한국에서 전범기 혹은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영상을 사용했을 때 파장을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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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 참가한 코넬리우스. 사진 |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제공

주최 측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주최측은 코넬리우스가, 수만여 인천 시민이 모이는 자리에서 ‘전범기 영상’을 트는 걸 막을 여러 기회가 있었다. 출연 계약 당시 제지를 걸 수 있었고, 공연 전 리허설에서 체크할 수도 있었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제지하지 못했다.

인천시는 올해 13년간 맡아온 기존 주관사를 교체했는데 그 ‘부작용’일 수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한일 양국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안이했거나 지나치게 무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펜타포트는 민간 행사가 아니다.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경기일보·인천관광공사가 주관한다. 펜타포트는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이자 역사 그 자체로 인천시의 대표적인 축제로 꼽힌다. ‘전범기 상영’ 파문이 인천시의 ‘굴욕’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주최 측이 일본 밴드 코넬리우스를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토요일 헤드라이너로 배치한 시점도 공교롭다.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가 10일 간판 출연자로 코넬리우스가 나선다는 소식을 발표한 시점은 지난달 4일이다. 이미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보복에 나서 한일 양국의 여러 분야 교류의 경직이 예고된 이후였다.

monami153@sportsseoul.com

<10일 오후 2019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출연한 일본 그룹 코넬리우스 공연 도중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영상 | 이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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