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다툼의 원인은 김경욱이 아니다. 상표권 사용 분쟁이 생긴 것은 전적으로 공연기획사의 탓이다.”

‘H.O.T.’ 상표권자 김경욱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일부 H.O.T. 팬들에게 ‘공공의 적’이다. H.O.T.(에이치오티 / 강타,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 멤버들은 지난해 10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17년 만에 완전체 콘서트를 성공리에 개최하며 10만 명의 팬들을 열광시킨데 이어 오는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에서 ‘2019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공연을 개최하는데 김 전 대표와 상표권 분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김 전 대표 측이 9월 열리는 공연과 관련해 상표 침해금지 소송 준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연 주최사 솔트엔터테인먼트(이하 솔트) 측은 이날 “상표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자문을 받아 철저히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씨(김 전 대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빌미로 하여 콘서트 개최를 방해한다면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상표권 분쟁은 지난해 10월 H.O.T. 첫 공연을 앞두고 발생했다. 당시 “김 전 대표가 거액의 상표권 사용료를 H.O.T. 측에 무리하게 요구했다. H.O.T. 측이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난 2일 늦은 밤 만난 김 전 대표는 이를 일축했다. “솔트나 H.O.T. 측에 상표권 사용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기억에 의존한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각종 자료를 확인해 가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솔트 측은 지난해 첫 공연 개최를 확정지을 때까지 저작권, 상표권 등을 확인하지 않았고, 뒤늦게 멤버들과 상표권자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미숙했으며 투자자, 멤버들의 의견을 취합하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가 정리한, 지난해 10월 ‘상표권 사용 협상’의 막전막후는 이렇다.

우선 지난해 8월 13일 김 전 대표는 장우혁에게 전화를 받았다. 장우혁은 재결합 공연을 추진 중인데 4회 출연에 멤버당 10억원(세전 금액, 5명 합계 50억원)을 받게 됐다고 김 전 대표에게 전했다. 장우혁은 김 전 대표에게 새로운 H.O.T.로고를 공연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중이라고 밝혔지만 김 전 대표는 상표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장우혁은 김 전 대표에게 공연 기획사 솔트와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8월 14일 장우혁은 김 전 대표에게 “17년 만에 하는 공연이라 정말 잘하고 싶다. 순수하게 팬 위한 공연을 하고 싶다. 도와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김 전 대표는 장우혁의 연락을 받은 솔트 대표와 첫 만남을 갖고, 다음날 투자사인 드림메이커 대표와 통화를 한다.

8월 16일 솔트 대표에게 김 전 대표는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공연이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 환원 또는 공익 목적으로 진행 되는 것이면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영리추구형태의 공연으로 진행된다면 국제적인 기준에 준하는 로열티를 제안해 주시기 바란다”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솔트 대표는 관계자 및 H.O.T. 멤버들과 내용을 공유했다.

8월 19일 김 전 대표는 솔트 대표와 통화에서 상표권 사용료로 얼마를 책정할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

8월 20일 솔트 대표는 문자 메시지로 “상표권 사용료로 공연 매출의 0.5% 혹은 수익 기준의 사용료로 수익의 5% 정도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하는 구체적인 수치를 처음으로 제시한다.

이날 저녁 김 전 대표는 장우혁과 독대를 했다. 장우혁은 이 자리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멤버들이 낼지, 공연 기획사가 낼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을 했다. 김 전 대표에게 지불할 ‘5% 혹은 10%’의 상표권 사용료가 멤버들의 개런티에서 나가게 되는 데 대해 “난리가 났다 애들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장우혁과 만난 뒤 또다른 H.O.T. 멤버 A와 전화를 했다. 이 통화에서 A는 “(상표권 사용료는) 저희가 주는 거 아닌가요? 저희 꺼를 주는 거 아닌가요?”, “당연히 저희 꺼를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말했다. ‘애들이 난리났다’는 장우혁의 주장과는 엇갈리는 진술이었다.

솔트 측이 처음 제시한 안은 상표권 사용료 지불의 주체가 누가 될지 결정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가 된다. 8월 21일 솔트 대표는 김 전 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가만히 누가 결정을 해줄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나도 누가 결정해줘야 되는지 (무엇이) 정답인지를 못찾겠다”, “멤버들 문제는 내가 정리 안 하려고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이 일련의 과정을 겪은 데 대해 김 전 대표는 “공연 업체라면 공연에 사용되는 로고,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 사용료는 파악을 하고, 미리 진행을 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솔트 측은 공연 개최 발표 때까지 이런 과정을 수행하지 않았다. 또한 솔트 측은 진정성 있게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나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권리를 침해를 받은 사람이 먼저 배상 금액을 제시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트 측은 구체적인 금액을 정식으로 제안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상표권 사용료를 멤버들의 개런티에서 차감할지, 공연 기획사가 내는지에 대해 내부 조율을 하지 못했다. 공연기획사 말이 다르고, 아티스트 말이 다르고, 투자사 말이 달랐다. 차일피일 확답을 미루는 태도에서 회피가 목적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솔트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상표권 사용 문제가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말 법률대리인을 통해 H.O.T. 공연 수익과 관련한 손배상청구, 앞으로 공연 등에서 H.O.T. 관련 상표와 로고를 쓰지 말라는 사용금지 청구 소장을 서울지방법원에 접수했다. 또 상표와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데 대해 처벌해 달라는 의사 표명을 하는 형사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수했다. 이 민·형사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솔트 측은 지난해 김 전 대표와 상표권 사용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팀명 대신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로 표기해 공연을 진행했지만 공연 전 혹은 공연 도중 H.O.T. 측이 상표권을 침해한 부분이 있다는 게 김 전 대표 측의 판단이고 주장이다.

솔트 측은 특허심판원에 H.O.T.의 상표 등록 무효에 대한 심판 4건을 청구했지만 지난달 19일 4건을 모두 기각됐다. 또 솔트 측은 H.O.T. 등록서비스표 취소 청구도 했지만 한건은 기각됐고, 한건만 인용됐다. 솔트 측이 한 달안에 제소한다면 2심 격인 특허법원에서 해당 심결의 적합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공연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데, 새로운 공연을 강행한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솔트 측이 오는 9월 콘서트와 관련해 “분쟁이 있는 상표는 일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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