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백승호, 물 만난 고기처럼~!
축구대표팀의 백승호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공을 몰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백승호 (22·지로나)가 만점짜리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열심히 훈련하고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말대로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교체될 때까지 77분 동안 패스, 돌파, 드리블 할 것 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백승호는 지난 3월 A매치 당시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볼리비아전에선 감기 증세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콜롬비아전에서는 벤치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는 지난 3일, 6월 A매치를 위해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하면서 “다시 기회를 받은 것 같아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데뷔전을) 나도 기대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고 A매치 데뷔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벤투 감독은 소집 첫 날 훈련 당시, 백승호와 1대1 과외를 진행해 기대감을 높였다. 백승호는 훈련 후 “감독님이 포지션에 관련된 설명을 해주셨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일 호주전에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정중하게 거절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드디어 이란전에서 백승호 카드를 꺼내 들었다.백승호는 이날 포백 앞에 위치해 ‘볼란치’ 역할을 맡았다. 2선에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나상호-황인범-이재성이 자리했다. 2선에 기용된 세 선수의 수비 부담을 덜게 하면서 백승호의 장점인 날카로운 패스와 수비 능력을 시험하겠다는 벤투 감독의 생각이었다. 벤투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듯 백승호는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데뷔전의 부담감은 온데간데 없었다. 상대 역습을 여러 차례 끊어냈고 안정적인 볼 키핑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가는 데 기여했다. 공격과 수비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벤투 감독이 늘 강조하는 빌드업(공격작업) 중심 공격 전개의 시작점이 됐다.

백승호는 숨겨뒀던 개인기와 돌파 능력도 뽐냈다. 그는 전반 15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수비수 3명을 달고 돌파를 시도했다. 수비수의 다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낮은 무게 중심을 유지하며 이란 수비수 사이를 헤집었다. 크로스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이란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37분에는 중앙에서 측면으로 정확한 롱 패스를 연결하며 넓은 시야를 자랑했다. 수비에서도 힘을 보탰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적재적소에 상대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6만 213명의 관중들은 전광판에 백승호 비쳐질 때마다 열화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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