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 로스앤젤레스 (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다저스)이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빅리그 어떤 투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투수”라고 극찬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삼진대비 볼넷 비율이 이를 입증한다.

류현진은 올시즌 5차례 등판에서 모두 홈런을 허용했다. ‘절친’ 강정호(피츠버그)와 7년 만의 맞대결로 눈길을 끈 지난 27일(한국시간) 등판에서도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조쉬 벨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홈런을 많이 내주는 탓에 피장타율은 0.467로 2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64명 중 51위로 하위권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홈런을 맞는게 낫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며 확고한 투구 철학을 강조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등판할 때마다 홈런을 내주면서도 피출루율은 0.262로 역시 2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중 8위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홈런을 맞더라도 주자를 쌓아둔 상태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홈에서는 ‘극강’이다. 지난해 8월 샌디에이고전 5회 볼넷을 허용한 이후 지난 27일까지 56연속이닝 무볼넷(포스트시즌 포함)이다. 볼넷보다 홈런이 낫다고 강조하는 이유를 투구 지표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정교한 제구에 타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볼배합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다저스타디움에서 7년 여 만에 류현진과 맞대결 한 강정호는 “체인지업에 대비를 하고 타석에 들어갔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공이 훨씬 좋았다. 6회초 안타를 때려냈을 때는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을 던지더니 풀카운트에서 몸쪽 컷패스트볼을 던지더라. 나한테 한 번도 던지지 않던 구종을 풀카운트에서 던져 깜짝 놀랐다. 운이 좋아 안타가 됐지만 수 싸움에서는 완패”라고 인정했다. 실제로 올해 류현진은 볼배합을 주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포수 사인에 고개를 여러차례 흔들거나 타임을 거는 등 경기 운용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류현진의 시즌 3승 달성에 일등 공신 구실을 한 포수 오스틴 반스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피처빌리티(pitchability)를 갖고 있다. 정말 특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피처빌리티는 다양한 구종을 적절하게 배합해 정교하게 던지는 능력을 뜻한다. 반스는 “류현진은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해 타자와 승부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가 삼진 16.2개당 볼넷 1개꼴로 나타난다. 올시즌 5경기에서 27.1이닝을 던져 볼넷은 단 두 개만 내줬다. 삼진 33개를 솎아내며 ‘컨트롤 아티스트’ 명성을 재확인했다. 내셔널리그에서 2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 류현진보다 삼진/볼넷 비율이 높은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워싱턴의 에이스 맥스 셔저도 10.8에 불과(?)하다.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등 빅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들도 삼진/볼넷 비율이 7.0이다. 27일 경기에서도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고 자신의 올시즌 한 경기 최다인 삼진 10개를 빼앗아냈다. 류현진이 두 자리수 삼진을 잡아낸 것은 2014년 7월 14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1748일 만이다.

류현진의 올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0.4마일(약 145㎞)로 빅리그 평균인 93.2마일(약 150㎞)보다 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구와 수싸움을 동반하면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지 않아도 강한 구위를 뽐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볼넷은 공짜로 타자를 내보내는 일이다. 절대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선점하고 나면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유혹하고 몸쪽 컷 패스트볼, 높거나 낮은 두 가지 유형의 커브 등을 적절히 섞어 시선과 타이밍을 모두 흔든다. 9이닝당 10.9개꼴로 삼진을 잡아내는 무시무시한 ‘닥터K’로 거듭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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