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이어 6회말 등판한 정우영[포토]
LG 선발투수 임찬규에 이어 등판한 정우영이 26일 2019프로야구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시즌 첫 경기 6회말 역투하고 있다. 2019.03.25.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정규시즌 데뷔전부터 메이저리그(ML) 선수들을 놀라게 한 LG 신인 정우영(20)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규시즌 두 번째 경기서도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자신을 향한 기대에 응답했다. 이대로라면 구위와 제구력을 두루 갖춘 특급 사이드암 투수가 탄생할 전망이다.

데뷔전보다 화려했다. 정우영은 26일 문학 SK전 6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첫 타자 제이미 로맥을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했고 이재원과 김강민은 춤을 추듯 움직이는 패스트볼로 범타처리했다. 7회말에는 연속으로 좌타자를 상대했으나 순항했다. SK가 의도적으로 정의윤 대신 좌타자 고종욱을 투입했는데 정우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투심 위주의 승부로 고종욱을 유격수 땅볼, 또다른 좌타자 최항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김성현을 가볍게 2루 땅볼로 돌려세워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4-3, 1점차 리드에서 올라왔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준 정우영의 모습은 베테랑 같았다. 몰린 공은 하나도 없었고 스트라이크존 하단과 좌우를 마음대로 이용하며 리그 최강 SK 타선을 압도했다.

예고된 활약일지도 모른다. 스프링캠프 기간 정우영은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동료에게 극찬을 받았다. LG 류중일 감독은 일찌감치 정우영을 선발진 후보군까지 넣었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정우영의 구위와 더불어 신인답지 않은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최 코치는 “우영이는 긴장을 하지 않는다. 담력이 정말 괜찮다. 정신적인 부분에선 걱정이 없다”고 웃으며 “사실 투수의 담력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베테랑이라고 어려운 상황에 무조건 여유있는 것은 아니다”고 정우영의 멘탈을 강조했다. 주전포수 유강남은 “제구력이 신인답지 않다. 투구밸런스가 정말 안정적이다. 캠프 내내 오버페이스하지도 않고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했다. 우리 팀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시작부터 밝게 빛났다. 정우영은 지난 1일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진행된 SK와 평가전에서 최정과 제이미 로맥을 모두 삼진 처리했다. 처음으로 프로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쳤는데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데뷔전이었던 지난 24일 광주 KIA전도 마찬가지였다. 평가전 때보다 공에 힘이 붙고 춤을 추듯 움직였다. 꾸준히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며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정우영의 데뷔전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정우영의 패스트볼을 두고 미국 야구 기자들과 선수들은 “춤추는 싱커다”, “이런 공은 처음봤다”, “구속도 88마일이라니 와우!” 등의 감탄사를 남겼다. 뉴욕 양키스 소속 투수 벤 헬러는 “싱커 같아 보인다. 만일 게임에 나왔으면 능력치 99의 구종”이라며 극찬했다.

올시즌 LG의 최대 물음표 중 하나는 불펜진이다. 2013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철벽 불펜진을 자랑했던 LG는 지난해 불펜진 신구조화에 애를 먹으며 지킬 수 없는 야구를 했다. 그러나 올시즌 정우영의 등장으로 인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가고 있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정우영이 승리의 다리를 놓는다면 계산이 서는 야구로 충분히 가을야구 도전장을 던질 수 있다.

경기 후 정우영은 “SK를 상대로 좋은 기억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던졌다. SK 타자 선배님들도 오키나와서 내 이미지를 갖고 대비했을 텐데 경기가 잘 풀려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첫 이닝을 던지고 아쉬웠다. 그대로 끝나나 싶었는데 코치님께서 한 이닝 더 던지게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2이닝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국에서도 내 공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안다. 미국에선 싱커라고 하는데 싱커가 아니라 투심이다. 어쨌든 주목받는 게 나쁘지 않다. 프로에서 이렇게 타자 선배님과 승부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미소지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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