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 타이거 (2)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드렁큰 타이거의 마지막 포효에 귀를 기울일때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드렁큰 타이거는 최근 정규 10집 ‘엑스:리버스 오브 타이거 JK’(X : Rebirth of Tiger JK)를 발표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이번 앨범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타이거 JK로 거듭날 계획이다.

얼마전 만난 타이거 JK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주변에서 대우를 해주는 것이지 한번도 히트곡을 내 본적이 없다는 걸 많은 분들이 모르신다. 과거에는 백만장 시대라 우리는 항상 망한 가수라서 소파에도 앉을 수가 없었다. 음악방송에서 대기실이 없었고 그래서 오히려 우리도 표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만들었는데 거기서 더 재밌는것이 나왔다. 이번에도 마지막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드렁큰 타이거로 마지막을 걸었으니 잘 만들고 싶었다”며 입을 열었다.

사실 타이거 JK에게 지난 5년은 방황기였다. 소속사와의 분쟁, 그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자신에게 커다란 산이자 벗과 같았던 아버지(국내 1호 팝 칼럼니스트 故 서병후·2014년 별세)의 암투병과 죽음까지, 말 그대로 안 좋은 일이 연거푸 일어나며 자신안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폐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현실이 너무 싫어서 소주2병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롤모델이자 베프였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다 내 잘못인 것 같았다. 윤미래라는 가수도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음악 말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다. 실제로 재밌는 레시피가 있어 의정부 집 앞에서 떡볶이 장사도 생각했다.”

드렁큰 타이거 (6)

타이거 JK는 드렁큰 타이거는 아니지만 필굿뮤직을 통해 MFBTY 등으로 활동하며 음악을 꾸준히 들려줬다. 그는 “새로운 회사를 만드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을려고 하다보니 됐다. MFBTY로 앨범을 낼 때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직접 다니면서 뛰었다. 빌려서 만들고 행사하면서 벌고 생활했다. 당시 우리는 멋지게 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사실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PD분 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틀어달라고 했는데 당시 유일하게 김태호 PD가 들어주셨다. 그러다 윤미래의 ‘엔젤’이 좋은 반응이 났고 이렇게 오게 됐다. 드렁큰 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이라서 무언가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고비를 넘어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과거에는 어두운 마지막이라면 긍정의 마지막이다”고 설명했다.

드렁큰 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은 스킷을 포함해 무려 30곡이 수록됐다. 방탄소년단의 RM, 세븐틴의 버논 등 실력파 K팝 아이돌은 물론 도끼, 가리온 메타, 슈퍼비, 면도, QM, 테이크원,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박영웅 등 각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선후배 동료 뮤지션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RM이 함께 한 타임리스(Timeless)는 18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아이튠즈 K-팝 차트 1위와 미국 아이튠즈 힙합차트 1위 등 40개국 차트 톱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래전부터 해왔고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데 첫 번째 콜라보였다. 그 사이 미국 토크쇼에도 나와 뿌듯했는데 빌보드 1위, UN 총회서 연설을 하면서 ‘사실 못하겠다’ 생각했고 심지어 우리팀에게 포기 통보를 하기도 했다. 속보이는 것 같기도했는데 먼저 연락이 와서 이메일을 확인하라고 하더라. 사실 요즘은 이름을 빌려주기 힘든 시기다. 내가 좋은 이름을 이용하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RM에게 계속 멋진 문자가 오고 앨범도 포스팅을 해주더라.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아미들에게 반응이 오는데 너무 고맙다.”

드렁큰 타이거 (1)

20년간 함께한 드렁큰 타이거를 떠나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반면에 가장 드렁큰 타이거다운 선택이기도 하다. 그는 “나는 하고 싶은 말이나 요점을 바로 말로 못하고 돌려서 하는데 그게 고민이다. 대신 과거에는 앨범을 통해 표현에 대한 여러 시도를 하는데 그게 별로면 다시 욕을 먹고 다시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 여유가 없다. 갑자기 영감이 오면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곡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가장이자 아기 아빠, 남편, 어른으로서 다칠 사람이 많기 때문에 드렁큰 타이거의 색을 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DM이 오는 것을 보면 너무 큰 감동이다. 드렁큰 타이거와 팬들의 느낌, 추억은 굉장히 위대했다. 나 혼자만 느꼈다고 생각한 것을 한국말을 배워가며 서툴게 썼던 가사와 이야기에 많이 울었다는 말도 들었다. 드렁큰 타이거는 그냥 재밌는 이야기, 자기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으로 기억되길...마지막 앨범을 하지만 정말 열심히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루에도 수 많은 가수가 셀 수 없이 많은 신곡을 내지만 주목 받지 못하며 다음날에도 사라지는 가요계서 타이거 JK는 드렁큰 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으로 다양한 활동으로 긴 이별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는 “누군가는 앨범을 내고 최신앨범에 올라가면 뿌듯해하다 차트 순위가 안 되고 배너에서 내려가며 우울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드렁큰 타이거 5집은 유명 힙합 사이트에서 최악의 앨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금은 명반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지나가봐야 안다. 지금 당장 나온 걸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앨범을 만들고 이제 시작할려고 하는데 내가 바꿔 보려고 한다.(웃음) 드렁큰 타이거는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드렁큰 타이거 (5)

1999년 1집 수록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음악 같지 않은 음악들 이제 모두 다 집어치워 버려야 해’라고 포효하던 드렁큰 타이거 그리고 이제 타이거 JK로서 그가 들려주려는 힙합은 무엇일까. 그는 “가요계에 대한 일침은 아니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소울 없는 형태의 음악을 말했고 제작자로서의 불만이기도 했다. 또 대형제작사들에게 끌려가면서 음악이 아니라 외모나 외적인 부분 그리고 랩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아버지가 엘피판으로 들려주던 바니걸스, 신중현, 조용필 선배님 등 소름끼치는 것이 많아서 드렁큰 타이거를 할때 이런 것을 접목시키며 한국 힙합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힙합 커뮤니티에서 뽕스러운 힙합을 한다고 욕도 먹었다”고 뒤돌아봤다.

이어 “타이거 JK로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필굿뮤직으로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려고 한다. 다섯손가락에 드는 인디레이블이라고 생각하고 기획사 자체로서 긍지를 가지고 있다. 아직은 모자라지만 아티스트끼리 모여서 해내가는 레이블인데 대박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고 있다. 케이팝처럼 한국 힙합도 케이합으로 나오게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케이팝은 외국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 주는데 케이힙합은 본토의 힙합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낸 힙합을 보여주는데 그게 미래일 것 같다”고 밝혔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필굿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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