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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스즈키컵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매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신화’다.

2018년 한 해 동안 베트남 축구는 상상을 초월하는 성과를 올렸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에 진출했다. 두 대회 모두 베트남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회였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까지 달성했다. 신화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박 감독은 대체 어떻게 베트남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만들었을까.

◇ 경험의 힘, 빨리 파악하고 정확하게 진단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부임 후 선수들의 문화와 분위기, 문제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늘어지고 집중하지 못하는 훈련 패턴을 개선하고 동남아시아 선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배명호 피지컬 코치와 함께 훈련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선수들의 식단도 조절해 근력 증강에 힘썼다. 원래 기술이 좋았던 베트남 선수들은 박 감독 지도 아래 체력까지 갖추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박 감독의 풍부한 경험 때문에 가능했던 작업이었다. 박 감독은 베테랑이다. 1989년 럭키금성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프로팀과 대표팀, 연령대 대표팀을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시간 안에 빠르게 팀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

이번 결승에서도 박 감독의 경험이 빛났다. 베트남은 결승 1차전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체력을 비축했다. 주전급 선수 3~4명이 아예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결승에서 도박에 가까운 용병술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차전에 쉬었던 응유엔 아인둑은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박 감독의 작전이 적중했다. 베트남 언론이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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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스즈키컵 홈페이지

◇ 치열한 경쟁 체제, 선수들을 긴장시키다

베트남 기자들은 평소 기자회견에서 특정 선수 기용 여부에 대해 자주 질문을 한다. 그럴 때마다 박 감독은 “우리에게는 23명의 선수들이 있다”라며 길게 답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주전 자리를 보장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2차전 결승골을 터뜨린 아인둑에 대한 질문에도 “그 골은 정말 멋진 골이었다. 23명 선수들의 혼이 담긴 득점”이라며 한 명이 아닌 모두의 공으로 돌렸다. 그의 말대로 정해진 주전은 없다. 박 감독 부임 전까지 부동의 주전 미드필더였던 르엉 쑤언 쯔엉도 매번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번 결승 2차전에서도 후반 교체로 출전했을 정도다. 건강한 경쟁은 팀을 더 강하게 만든다. 지금의 베트남이 그렇다.

◇ 파파리더십과 카리스마 사이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파파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근육이 아픈 선수를 위해 직접 마사지를 하고 부상 당한 선수에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등 따뜻한 마음이 화제가 됐다. 우승 후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자신에게 물을 뿌린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포옹을 해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정신력을 개조하는데 집중했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게으르고 쉽게 포기하는 문화를 타파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들을 중용했다. 작은 틈만 보여도 “베트남 정신을 기억하라”며 채찍질 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100% 쏟도록 도왔다. 지금 베트남 선수들은 ‘황금세대’라 불리며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실제로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박 감독의 리더십이 이들의 숨은 힘을 고스란히 끌어낸 것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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