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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오른쪽)가 20일 호주 브리즈번 QSAC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2-0으로 달아나는 골을 넣은 뒤 이용과 자축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18년 한 해 동안 쉼 없이 달린 한국축구가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화려한 골폭죽을 터트리며 ‘해피엔딩’을 이뤘다. 이 기세 그대로 내년 1월 UAE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일 호주 브리즈번 QSAC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복병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남태희(전반 9분), 황의조(전반 24분), 문선민(후반 25분), 석현준(후반 37분)의 릴레이 골을 묶어 4-0 대승을 일궈냈다. A매치 4골 차 승리는 2015년 미얀마전 이후 3년 만이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지난 9월 코스타리카전을 시작으로 이날 경기까지 3승3무를 기록, 2004년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작성했던 축구대표팀 감독 데뷔 후 최다연속 무패 기록 5경기(3승2무)를 갈아치웠다.

1-1로 비긴 지난 17일 호주전과 비교해 나상호, 주세종, 정승현, 박주호, 조현우 등 5명을 바꿔 나선 대표팀은 전·후반 내내 파상공세로 우즈베키스탄을 무너트렸다. 지난 8월 자카르타-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한국과 연장 혈투 끝에 3-4로 패할 만큼 분투했던 우즈베키스탄의 모습은 없었다. 두 팀 모두 1.5군으로 맞서 싸웠는데 성인 레벨에선 수준 차가 꽤 났다. 전반 9분 이용의 크로스를 남태희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 일찌감치 상대 골망을 흔든 한국은 ‘절정의 킬러’ 황의조가 전반 중반 벼락골을 터트려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교체투입된 문선민이 코너킥 때 통렬한 왼발 발리슛을 꽂아넣어 자신의 A매치 2호골을 완성했다. 벤투 감독의 부름을 계속 받고도 득점 없어 아쉬움 컸던 석현준이 ‘골 갈증’을 풀고 4-0 대승을 마무리했다. 남태희가 혼자 넘어져 실려간 것은 안타까웠지만 2018년 피날레를 알리기에 나무랄 데 없는 한판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신뢰까지 되찾은 한 해가 됐다. 격동의 2018년이었다. 대표팀은 올해 총 18차례 A매치를 치러 7승5무6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고만고만했지만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경기가 많았다. 러시아 월드컵의 해를 맞아 첫 달 27일 몰도바와 평가전을 1-0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월드컵 무대에서 비록 염원하던 16강 진출은 이루지 못했으나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어 세계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독일전을 기폭제로 살아난 축구 인기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활활 타올랐다. 조현우와 손흥민, 황의조, 이승우 등이 구름 관중을 몰고다녔고, 훈련장이나 공항에서 여성팬들이 태극전사를 향해 환호하는 장면이 끊임 없이 일어났다. 신태용 전 감독의 바통을 물려받아 새 선장이 된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도 자신의 철학인 ‘후방 빌드업’을 앞세워 연착륙했다. 지난 달 12일엔 당시 FIFA 랭킹 5위 우루과이를 홈에서 2-1로 잡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꽉 메운 6만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러시아 월드컵 앞두고 한국축구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해보나마나 3패”라는 혹평까지 들을 정도였다. 한국축구의 무너진 자존심을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 바로 선수들이었다.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다 바쳐 뛰었다. 감동적인 장면을 숱하게 연출했다. 월드컵 승리도 만들어냈다. 어느 새 한국축구 중흥기가 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태극전사들이 바라보는 목표는 확고하다. 지난 1960년 이후 닿을 듯 닿지 않았던 아시아 정상 등극이 그 것이다. 한국은 내년 1월5일부터 아시아 24개국이 UAE에 모여 겨루는 2019년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면서도 59년간 우승 한 번 하지 못했던 ‘비원’을 이룰 때가 왔다.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등 물오른 주전급 선수들에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영건이 가세해 신구조화를 이뤘다. 월드컵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뚜렷하다. 필리핀, 키르기즈스탄, 중국과 싸울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할 경우, 일본과 이란, 호주 등 아시아 라이벌을 준결승까지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축구에 그야말로 찬스가 왔다. 태극전사들은 내달 중순부터 국내파 위주로 울산에서 모여 아시안컵 대비 담금질을 시작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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