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최무배는 넘어졌고 후지타 카즈유키는 쓰러진 최무배를 위로했다. 한국 팬들은 그 반대이길 바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로드FC 050대회가 지난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렸다. 헤비급에서 맞붙은 최무배와 카즈유키는 ‘아재 파이터’였지만 한국와 일본을 대표하는 48세 동갑내기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인 최무배가 자신의 힘과 맷집을 과신한 것이 패인이었다. 공격을 선호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가드를 내리며 몸을 오픈시킨 것이 화근이 되었다. 1라운드 초반에 당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레슬러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카즈유키를 끌어안으며 버텼지만 중반에 터진 강력한 왼손 훅은 최무배를 그대로 케이지에 주저 앉혔다.

최무배는 “서로 파이팅 넘치게 싸웠다. 많은 준비를 했는데 방어에 소홀했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경기였지만 팬들에게는 죄송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천명을 바라볼 나이에 약관의 젊은이처럼 끊임없이 케이지에 오르고 있다. 최무배를 지도하고 있는 백형욱 사범의 인천 노바MMA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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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배가 체육관에서 후배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대전이 본거지인데 인천에서 훈련하고 있다.

백형욱 사범이 나의 스승이다. 나보다 젊지만 새롭게 나를 만들어준 분이다. 그의 인지시스템에 의한 다양한 공격법 등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매일 대전에서 올라온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1시에 퇴근한다. 회사원이었으면 야근 수당을 엄청나게 받았을 것이다.(웃음)

- 카즈유키에게 패했다. 패인은.

많은 사람들이 레슬러 출신이기 때문에 레슬링에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장점은 타격이다. 이번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서 소홀했다. 가드를 많이 내리고 접근했다. 한 번의 실수가 패인이 됐다.

- 적지 않은 나이다. 계속 케이지에 오르는 이유는.

격투기는 33살에 데뷔했다. 격투기 경력은 15년이 된다. 어렸을 때는 레슬링에 집중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에서 동기가 유발되고 인생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누구라도 자신에게 가장 즐거운 일을 해야 행복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격투기다. 노력하면서 성취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록 이번 패배가 쓰라렸지만 계속 케이지에 오를 것이다.

- 팬들이 나이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한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는 두 번의 모터싸이클 사고를 당했을 때였다. 당시에는 잠깐 동안 기억상실증에 걸렸을 정도였다. 경기를 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체력관리도 잘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체력은 운동과 식단을 통해 만든다. 식단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좋은 무기질, 단백질, 섬유질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려고 한다. 튀긴 음식 등 ‘나쁜 음식’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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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배는 하루에 13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취미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과 공예가 취미다. 전에는 운동 밖에 몰라 다른 것에 관심이 없었다. 여자 친구가 애견카페를 운영하면서 애묘인이 돼버렸다. 쿠키라는 러시안 블루종의 고양이를 기르면서 3대를 기르고 있다. 유기 고양이도 있어 지금은 다섯 마리를 키우고 있다. 공예에 대한 관심은 고양이를 위해 집을 짓고, 벽돌을 쌓고, 타일을 깔아주면서 생기게 됐다.(웃음)

- 여자 친구가 궁금하다.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친구다. 우연히 카페에 들렀다 만나게 됐다. 친구 때문에 고양이도 기르고 공예도 하게 됐다. 정서적으로 내게 안정과 위안을 주는 친구다. 굉장히 소중한 친구다. 3년 후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웃음)

- 인생의 롤 모델이 있다면.

지난해 작고한 유명한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다. 호킹은 젊었을 때 루게릭병에 걸렸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신체적으로 30년 전에 이미 ‘죽은 몸’이었다. 하지만 그런 곤경을 버텼다. 30년 동안 실의에 빠지지 않고 지구가 아닌 우주를 여행하며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을 줬다. 최악의 곤경에서 삶의 원동력을 발견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이다. 내 인생의 지표로 삼고 싶은 분이다.

- 후배들이 많이 존경한다.

덩치로 치면 미식축구 출신 같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이겨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덩치가 작아도 기술이 뛰어나면 이길 수 있는 것이 격투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나처럼 모나고 고집불통인 사람이 잘 사는 이유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웃음)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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