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201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2014. 4.18.샌프란시스코(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 스토브리그는 치밀한 전략 속에서 진행된다. 구단과 선수, 에이전트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밀고 당기기’를 못하면 남 좋은 일만 시켜준다.

2012년 12월 류현진(31)과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다저스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당겼다. 당시 류현진은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마감 시한까지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두고 줄다리기를 펼쳤다. 다저스 구단은 빅리그 활약이 보장되지 않은 류현진을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 있는 권리를 갖기를 바랐고 류현진은 이를 완강하게 거절했다. 결국 다저스 구단은 끝까지 버틴 류현진에게 손을 들고 계약서에 마이너리그행 거부 조항을 넣었다.

만일 마이너리그행 거부 조항이 없었다면 류현진은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어깨와 팔꿈치 수술로 거의 2년을 쉬었다. 2017년을 재활시즌으로 삼고 복귀를 꾀했는데 마이너리그행 거부 조항 덕분에 마이너리그가 아닌 빅리그에서 실전을 소화할 수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내전근 부상으로 약 3개월 동안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류현진은 부상에서 회복되자마자 빅리그로 돌아왔다. 류현진이 부상 전 맹활약을 펼친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마이너리그행 거부 조항으로 인해 다저스는 아프지 않은 류현진을 무조건 빅리그 마운드에 올려야만 했다. 메이저리그 규약상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는 최대 30일까지 재활을 목적으로 마이너리그에 출장시킬 수 있다. 류현진은 8월 16일 샌프란시스코전 복귀에 앞서 마이너리그 싱글A, 트리플A에서 각각 한 경기씩만 소화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류현진과 보라스가 머리를 맞댈 시간이 됐다. MLB.com을 비롯한 현지언론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다저스 구단이 FA(프리에이전트)가 되는 류현진에게 퀄리파잉오퍼(QO)를 제안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언론의 예상대로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QO를 제안하지 않는다면 FA 시장에서 류현진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QO는 메이저리그식 FA 보상제도다. QO를 제시받은 선수가 이적할 경우 전 소속구단은 이적팀으로부터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받게 된다. 때문에 이른바 대어로 꼽히는 FA가 QO를 받는다. QO를 승낙할 경우 단년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 연봉의 평균 연봉을 받는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QO 금액은 1790만 달러다. 오는 3일까지 각 구단들은 FA선수에게 QO 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해당 선수는 제안을 받은 지 10일 이내에 QO 승낙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스토브리그를 돌아보면 특급 FA가 아닌 이상 QO가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 소속구단으로부터 받은 QO를 거절하고 FA시장에 나왔다가 ‘미아’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대부분의 구단이 신인 지명권을 유지하기를 원하는데다 FA를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보다 냉정해졌다. 지난해 11월 FA가 된 내야수 마이크 무스타카스는 전 소속팀 캔자스시티로부터 QO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이듬해 3월초까지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고 결국 캔자스시티와 1년 5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1740만 달러의 QO를 거절했다가 연봉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류현진을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구단으로는 텍사스, 오클랜드, LA 에인절스 등이 꼽힌다. 다저스도 유력 행선지 중 하나다. 수요가 많아야 가치가 올라간다. 다년 계약을 바라보는 류현진 입장에선 QO없이 FA 시장에 나서는 게 호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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