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 (5)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혜리가 자신에게 있어 꼬리표처럼 붙는 연기력과 ‘응답하라 1988’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했다.

혜리는 지난 12일 개봉한 ‘물괴’를 통해 스크린 도전에 나섰다. 조선 중종 시기를 배경으로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 ‘물괴’에서 혜리는 윤겸(김명민 분)의 딸 명 역을 맡았다.

호기심도 많지만 누구보다 당찬 명을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혜리다. 첫 영화 데뷔작임에도 사극, 그것도 크리쳐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다. 어쩌면 혜리에게 있어서는 도전의 연속이다. 혜리에게 있어 ‘물괴’ 그리고 도전에 대한 의미와 함께 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 ‘물괴’를 통해 첫 스크린 데뷔이자, 첫 사극 장르 도전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서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는 영화 ‘안시성’의 설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설현 씨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팬으로서 관심 있게 봤었다. 비교가 된다는 그런 생각보다는 비슷한 시기 영화에 나오게 돼 너무 좋았다. 아이돌은 어떤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편견을 함께 깨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생각했고 저도 설현 씨도 잘 됐으면 좋겠다. 아직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 마음을 알 것 같고 응원한다.

-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는 연기에 대해 조금 더 냉정한 시선과 편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걸스데이 혜리가 사극을?” 이런 얘기도 많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어떻게 그렇게 화장도 안하고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라는 것이다. 사실 질문 자체가 편견이 섞여있는 것 같다. 무대 위에서는 더 화려하고 빛나는 메이크업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오로지 명이로서만 준비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듣고는 편견이라 생각했다.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도 저로 인해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대중들이 그렇게 느끼실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선 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그런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생각하고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 많은 관심을 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혜리 (2)

- tvN ‘응답하라 1988’과 맡았던 캐릭터 성덕선은 혜리에게 인생 작품과 캐릭터다. 하지만 계속해 붙는 수식어가 부담도 될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은 방송된 지 3년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잘 봤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된다. ‘내가 해냈었지. 덕선이도 했어. 뭘 못하겠어!’라 생각할 때도 있다. 내가 정말 못했더라면 덕선이도 못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이 있었기에 지금의 ‘물괴’ 명이도 있는 것 같다. 후회하거나 걱정하는 것보다도 축복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의 작품에서도 덕선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보시는 분들의 몰입도를 방해할 수 있다 들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신경을 쓰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 사극까지 새롭게 도전하며 여러 장르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해보고 싶은 장르나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그동안 남자 배우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혼자 홍일점인 경우가 많았다.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이란 드라마도 했었는데 여자 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라 그립기도 했다. 언젠가 한번 쯤 여자들의 재밌는 이야기가 담긴 장르도 좋을 것 같다. 선배님들과 함께 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 지난 2010년 데뷔해 벌써 데뷔한지 8년이 됐다. 감회가 남다르지 않나.

8년이 된 줄 몰랐다. 주변에서는 여유 있어 보이고 8년이 된 것 같다고 해주시던데 아직도 저는 오래 한 것 같지 않더라. 그래도 조금 치열하게 최선을 다 해 살지 않았나 싶다.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잘 했다고 격려해주면서 8년을 보냈다.

- 그렇다면 데뷔 18년이 된 혜리의 모습은 어떨까?

18년 후에는 35세다. 매년 드는 생각이 있는데 ‘올해만 같아라’다. 힘든 해도 있었고 좋았던 해만 있지만은 않았다. 그 중에도 만족할 만한 것을 찾는다. 예를 들면 이미지적인 부분이지만 어느 해에 단발로 변신했는데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복하더라. 가족과 여행을 가는 것도 행복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서른 다섯 살에도 ‘올해만 같아라’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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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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