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H.O.T.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1세대 아이돌 그룹 H.O.T.가 오는 10월 13~14일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H.O.T. 공연 기획사 측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있다. H.O.T. 그룹 상표권 및 서비스권자의 허락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한 상표권자와 공연기획사 측의 법률적 해석, 그리고 그에 따른 입장은 팽팽히 엇갈린다.

H.O.T. 공연기획사 측은 지난달 13일 공연 개최 소식을 알린 뒤 31일 ‘포에버 H.O.T.’(FOREVER H.O.T.)라는 타이틀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H.O.T. 측은 H.O.T.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A씨의 허락을 받아내지 못했다. A씨는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 H.O.T. 그룹을 기획하고, 직접 캐스팅, 국내 최고의 그룹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H.O.T.에 대한 서비스권, 상표권도 현재 A씨에게 있다.

A씨는 4일 전화통화에서 “H.O.T. 그룹을 직접 만든 사람으로서 그룹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많다. 몇몇 멤버들과는 어려울 때 의지를 하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됐던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H.O.T.의 공연을 누구보다 반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해당 공연기획사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올해초 H.O.T.가 MBC 예능 무한도전에 출연할 당시 작가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 “수익사업이 아니고 좋은 일 하는 것이니 그냥 쓰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는 A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장우혁의 전화를 받고, H.O.T.의 공연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음날 이번 H.O.T. 공연기획사인 솔트이노베이션 측을 만난 A씨는 H.O.T. 상표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통보했고, 수익사업의 경우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후 A씨는 지속적으로 H.O.T. 공연기획사 측과 접촉을 했지만 양측은 상표 사용료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연이 사회환원, 공익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영리 추구 형태의 공연이라면 국제 기준에 준하는 로열티를 제안해 달라”는 게 A씨의 기본 입장이다. 결국 A씨는 지난달 21일 공연기획사 측에 더이상 상표권 침해를 하지 말아달라고 통보했고, 이틀 뒤 내용증명을 보냈다.

A씨는 “나는 H.O.T.의 공연을 훼방 놓고 싶지 않다.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엄연히 H.O.T. 상표권을 지닌 상표권자가 있는데 공연기획사가 이를 무시하고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표권자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상표권 로열티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H.O.T.의 데뷔일인 9월 7일 저녁 공연 티켓을 오픈한다고 공표한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와 협의 끝에 접점을 찾지 못한 공연기획사 솔트이노베이션 측은 이 문제에 대해 변호사에게 최근 법률 자문을 받았다.

솔트이노베이션 측은 14일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상표법은 자기의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룹 H.O.T.의 멤버들이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H.O.T.의 그룹명이나 로고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콘서트 공연을 실연하는 가수가 그룹 H.O.T.라는 점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통상적인 음악 활동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멤버들로부터 콘서트 개최와 관련한 범위 내에서 H.O.T.의 그룹명이나 로고를 사용하도록 적법한 위임을 받았으므로, 기획사의 표장 사용 역시 그룹 H.O.T.멤버들이 직접 사용하는것과 동일시 할 수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H.O.T. 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상표권자와 공연기획사의 입장은 팽팽하게 엇갈리는 상황. 양측이 원만하게 협의에 이를지, 공연기획사가 이 상태로 공연을 강행해 양측의 법정 공방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H.O.T의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공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은 상태다. SM의 자회사인 드림메이커가 투자사로만 나섰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솔트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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