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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여자축구에도 황의조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8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일본과의 준결승서 1-2로 패하며 결승행 티켓을 놓쳤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준결승에 머물게 됐다. “메달색을 반드시 바꾸겠다”던 윤덕여호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정규시간 종료 4분 전 나온 임선주의 자책골이 일본 승리의 결승골이 됐다. 임선주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의 패스를 걷어내려고 공에 머리를 갖다댔는데 공은 오히려 우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상 경기를 끝내는 실수였다. 경기 후 임선주는 경기장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일부 대중은 임선주를 향해 비판, 비난을 하기도 한다.

임선주의 자책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패배 이유를 전적으로 그에게서 찾을 수 없다. 그보다는 고질적인 스트라이커 부재에 발목을 잡혔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믿고 맡길 만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최전방에서 무게감 있게 버티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어줄 스트라이커가 없다. 일본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민아, 지소연, 이금민, 전가을 등 아기자기하게 공격을 만들어가는 2선 공격수들이 많지만 공격의 방점을 찍을 골잡이가 없어 다득점에 실패했다. 유일한 골은 이민아 몫이었다. 90분간 슛 횟수에서 14대4로 크게 앞서고도 승리하지 못한 것은 골 결정력을 갖춘 스트라이커가 없기 때문이었다. 올시즌 WK리그 14경기에 출전해 10골을 넣은 이현영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A매치에서 강팀을 상대로는 경쟁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설상가상으로 이현영은 이날 경기에서 후반 초반 부상을 당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나마 믿을 만한 공격수마저 사라지는 악재가 발생했다.

과거 박은선 같은 존재감이 뚜렷했던 선수가 있었다면 지금 여자 대표팀은 훨씬 강한 팀이 됐을 게 분명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함께 참가한 남자 23세 이하 대표팀의 경우 황의조라는 강력한 최전방 옵션이 있다. 위기의 순간에 골을 넣고 팀을 승리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골도 넣지만 포스트 플레이, 연계 플레이로 공격의 윤활류 역할까지 한다. 황의조 정도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믿고 쓸 공격수가 필요한데 지금 여자대표팀은 이 부분이 가장 부족하다. 윤 감독은 대안으로 전가을이나 이금민 같은 선수들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라 활용에 한계가 있다. 결국 대회 전부터 고민하고 걱정했던 약점에 발목을 잡혔다고 보는 게 맞다. 내년 프랑스월드컵 전까지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할지도 모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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