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대표팀 해단식장에 날라든 계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꺾은 축구대표팀이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신태용 감독이 누군가 던진 계란을 바라보며 최영일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6. 29인천국제공항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인천공항=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입국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단 한 장면만 빼면.

2018 러시아월드컵 일정을 마감한 축구대표팀 선수단은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영국으로 바로 건너간 기성용을 제외한 나머지 22명과 신태용 감독 외 코칭스태프가 돌아왔다. 선수들을 보기 위한 팬들로 도착 한시간 전부터 입국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2시 40분경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터졌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 선수들이 이렇게 큰 환대 속에 입국한 게 언제일지 정도로 기억나지 않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선수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붉은악마 대표자들이 건내준 머플러를 목에 걸고 단상에 섰다. 많은 팬들의 박수 속에 인사를 건내는 와중 어디에선가 쿠션이 여러개 등장했다. 이어서는 단상 바로 앞 카페트로 날계란이 날아들었다. 손흥민이 선수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계란이 등장했다. 계란은 손흥민의 다리를 스쳤다. 손흥민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으나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팬들이 웅성웅성 거릴 정도로 현장 공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시쳇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분위기였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고생한 선수 중 하나다. 멕시코전에서는 희망을 남긴 만회골을 터뜨렸고, 독일전에서는 쐐기골을 만들었다. 3경기 내내 최선을 다해 전력투구 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독일을 만나 주장 완장을 달고 출전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한축구협회, 혹은 주요 인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 수는 있지만 있는 힘을 짜내 월드컵을 소화한 선수에게 할 행동은 아니었다. 실제로 해단식 전 한 팬이 “정몽규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현장 분위기는 환대 그 자체였다. 평일 오후 5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선수들을 격려했다. 온라인 상에서 상식선 이상의 비난을 받는 장현수도 막상 공항에서는 박수를 받았다. 많은 팬들이 장현수를 보며 “장현수 힘내라!”를 외쳤고, 선수도 가벼운 목례로 화답했다. 조현우와 김영권 등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선수들도 공항을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입국장 밖 신호등까지 인파가 가득했다. 선수들은 팬들이 너무 많아 가족, 에이전트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우승후보 독일을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키는 명장면을 만든 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선수가 흘린 땀을 왜곡하는 어긋난 팬심은 이날 현장의 옥에 티였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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