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쇼호스트 이수완(42)은 아직 대중에게 '서프라이즈 걔'라는 수식어로 더 익숙한 존재다. 뮤지컬 배우, 안무가, MC, 가수, 배우를 넘어 이젠 쇼호스트라는 직업에 몸담은 그는, 팔방미인으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수완은 2016년 12월부터 공영홈쇼핑 쇼호스트로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쇼호스트지만 아직 '서프라이즈 걔'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관심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홈쇼핑을 즐겨보는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름이 알려진 쇼호스트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캐릭터가 있는 게 방송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죠."


1999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해 2002년 재연배우로 활동하기 전까지 안무가로도 활약했다. 가르치는 것을 넘어 연출까지 했다고. "2001년 SBS 예능프로그램 '진실게임'의 누가 진짜 댄스 강사인지 판별하는 편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제작진이 프로그램 콘셉트 상 즉흥 안무 정도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1시간 내내 웃다가 온 기억이 있네요."


그는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무려 11년간 활약한 베테랑 배우다. 드라마 '그 여자의 선택', '구미호 외전', '최강칠우', '꽃미남 라면 가게' 등에도 출연했다. 2013년 삶에 변화를 주고 더욱 가슴 뛰는 일을 하고자 연기 생활에 쉼표를 찍었지만, 쇼호스트로 입지를 다진 후 언제든 다시 배우로 활동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스케줄을 분산시킬 여유가 아직 많지 않아요. 하지만 쇼호스트로 자리 잡으면 다시 배우로 찾아뵙고 싶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40세이던 2016년 방송 경험이 도움이 되는 직업인 쇼호스트로 변신하고자 다짐했다. 그 누구라도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게다가 사기를 당한 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던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더 묵묵히 나아갔다. 이수완은 "손에 쥔 게 없고 절박한 상황이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상황이 힘을 만들어준 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며 당시 마음가짐을 회상했다.


상품 100여 개의 특징을 모두 암기하기 위해 연습 벌레가 됐고, 면접장에서는 사람들 눈에 보이는 순간부터가 시작이라고 여기며 좋은 인상을 남기고자 했다. 그렇게 세 번의 면접을 거쳐 공교롭게도 학원 수료식에 최종 합격 소식을 접했다. 총 지원자는 1200명이었지만 그는 최종 합격자 8명 명단에 포함됐다. "수강생들과 회식 중일 때 합격 연락을 받았어요. 저 말고도 합격 소식을 들은 친구가 있었는데 서로 조용히 축하해줬어요. 가족, 지인도 많이 기뻐했죠."



어떤 직업이든 난관은 존재하기 마련. 그가 느낀 쇼호스트 활동도 그러했다. 특히 소비자에게 생소한 신상품을 알려야 하는 방송이나 여성복, 커튼 같이 남성이 접하기 흔치 않은 제품 방송은 아직 그에게 어렵다. 또한 생방송이라는 특성상 리허설 때 맞춘 동선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돼 당혹함을 안길 때도 있고, 방송 심의가 엄격해 단어 선택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이수완은 "힘이 든다고 느낄 때는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려요. 이를테면 연기 처음 했을 때 많이 혼나서 힘들었던 기억이요. 무엇을 하든 처음은 다 힘들죠. '시간이 지나면 잘 되겠지'라는 자기 위안으로 마음을 다잡아요"라며 연륜이 묻어나는 답변을 내놨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전진한 그는 최근 힘이 되는 말을 들었다. "함께 일하는 PD가 방송 끝나고 제게 오더니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다. 감동받았다'고 하더라고요"라며 활짝 웃었다. 또한 일명 '콜을 당긴다'고 일컫는, 시청자들의 주문을 극대화하는 방송 말미 15분을 혼자 진행한 후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긴장도 됐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이걸 혼자 해냈는데 두 명이서 맡는 프로그램도 잘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수완이 가진 다양한 연기 경험은 쇼호스트로 활동하는 데 있어 하나의 경쟁력이 됐다. 어느 홈쇼핑 채널에서든 흘러나오는 "모바일로 주문해주세요"라는 천편일률적인 멘트도, 그의 입을 거치면 성대모사나 귀에 쏙쏙 박히는 유명 대사로 탈바꿈한다. "하루는 선배가 제 멘트를 듣더니 너무 웃어서 머리를 테이블에 박더라고요. 제품 소개를 딱딱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하고 싶어요."


이수완은 동기 쇼호스트 박채린과 7월 초 첫 방송되는 '신비한 쇼핑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회사에서 기회를 줬어요. 재미도 드리면서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있는 척, 없는 척하지 않고 솔직하고 신선한 모습 보여드릴게요"라며 결연에 찬 모습을 보였다. 콩트도 선보일 거라는 귀띔도 빼놓지 않았다.


쇼호스트를 꿈꾸는 혹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그가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이수완은 진지한 눈빛으로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경험상 저는 춤을 추며 알게 됐죠.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춰본 적 없고 가장 싫어하는 탭댄스 안무를 3주 안에 마스터한 적 있어요"라고 전했다. 또 "경쟁률이 높아도 합격할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거고, 눈에 띄는 사람들 중 '내가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이수완은 먼 미래를 염두에 두기 보다, 현실에 충실하자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때도 있더라고요. '주어진 방송 하루하루 열심히 임하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최선을 다하고 살았을 때 기회가 왔어요. 이 마음가짐 유지하면서 쇼호스트로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ㅣ이게은 기자 eun5468@sportse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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