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사말 하는 정운찬 총재
KBO 정운찬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 3. 22.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가볍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큰 기대 속에서 새로운 집행부가 지휘봉을 잡았지만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과정부터 잘못된 오류를 꾸준히 범한다. 비디오 판독 전광판 상영 문제와 넥센 에스밀 로저스 사건, 그리고 스트라이트존이 발단이 된 양의지 사태까지 연거푸 중심을 잡지 못한채 흔들리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정확한 상황 파악, 그리고 우직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여기저기 눈치만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개막전부터 삐걱거렸다.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경기에선 시즌에 앞서 발표했던 것과 달리 전광판에 비디오 판독화면이 상영되지 않았다. 취재 결과 KBO는 방송사에 비디오 판독시 방송 중계화면을 전광판에 상영한다는 통보를 하지 않았다. 합의는 물론 통보도 없이 비디오 판독 전광판 상영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방송사는 KBO의 독단적인 결정에 당황하며 “비디오 판독시 방송사가 반드시 중계화면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일부 방송사는 현장에서 비디오 판독이 시행되면 리플레이 화면이 아닌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센터의 판정을 기다리는 모습을 비춘다. KBO가 비디오 판독센터 영상을 전광판에 송출하면 되는 일이지만 이에 대한 시스템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야구장을 찾은 팬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이고 이를 시행하는 것은 반드시 KBO가 해야하는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현장을 정확히 알고 적합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개막전 고척돔에서 일어난 로저스 사건도 현장 파악과 대처가 너무 어설펐다. 넥센과 한화 양 팀 선수단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뒤늦게 여론을 의식하며 판단하고 움직였다. KBO는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난 3월 27일 한화 선수단에 불쾌감을 준 넥센 로저스와 적절한 조치를 놓친 해당 경기 심판진을 엄중 경고했다. 개막전 당일도 아닌 이틀 후인 26일에 로저스 사건이 기사화되자 다급하게 움직인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이 넥센과 한화 선수단에서는 이미 로저스의 행동에 대한 사과와 용서가 이뤄졌다. KBO는 로저스와 한화 선수단의 제대로 된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구색 맞추기에만 급급했다.

양의지 사태 또한 그렇다. 과정은 돌아보지 않고 결과에만 매몰돼 있다. 사태의 발단이 된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선 아직 어떤 공식발표도 없는 상황이다. 심판위원회가 지난해처럼 스트라이크존 적용에 변화를 주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지난해에는 어떤 결과와 문제점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자신을 ‘커미셔너’로 불러달라고 한 리더는 정확한 사태 파악은 뒷전으로 하고 징계의 강도에만 신경썼다는 후문이다. KBO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만 반복한다면 제2, 제3의 양의지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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