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웨이중
NC 왕웨이중이 지난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LG와 2018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 NC 다이노스 제공

[마산=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18시즌 첫 경기 최대 이슈는 NC 왕웨이중(26)이었다.

NC와 계약한 지난 1월부터 KBO리그 최초 대만 출신 선수로 주목받은 그는 최고구속 153㎞ 묵직한 직구를 구사하며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거침 없는 투구로 자신을 향한 뜨거운 관심에 시원하게 화답했다. 이날 왕웨이중은 경기 전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경기가 종료된지 3~4시간이 지난 시점까지도 검색어 상위권에 자리했다. 대만 야구팬 또한 한국 포털사이트를 통해 왕웨이중의 한국 데뷔전을 시청하며 이른 시일 내에 대만에서 방영될 가능성이 높아진 KBO리그를 기대했다.

물론 단 한 경기 만으로 왕웨이중의 활약을 확신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왕웨이중 같은 대만 선수의 등장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리그의 질적 향상도 이끌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왕웨이중이 선발 등판한 NC와 LG의 마산구장 개막전은 KBO리그 최초로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경기가 됐다. 대만 야구팬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 중계를 들으면서도 한국 방송사의 뛰어난 중계 기술과 KBO리그 선수들의 기량에 감탄했다. 더불어 개막전 선발투수 중 최다이닝, 최소실점을 기록한 왕웨이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왕웨이중의 다음 선발 등판 경기를 기대했다. 대만 스포츠신문 또한 홈페이지 상단에 왕웨이중의 KBO리그 데뷔전 호투 기사를 전면배치했다. 박찬호와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호투한 날 한국 미디어, 팬들이 보였던 모습과 흡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행사를 통해 대만 스포츠 채널, 대만 뉴미디어와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왕웨이중이 등판하는 NC 경기 만이 아닌 KBO리그 전 경기를 송출할 수 있는 권리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KBOP 류대환 대표는 “왕웨이중이 나오는 NC 경기 뿐만 아니라 2018시즌 전경기를 두고 대만 대행사와 협상하고 있다. 모든 경기를 방영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왕웨이중 경기만 방송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만 야구팬이 점점 한국야구에 흥미를 느끼고 KBO리그 스타들을 보고 싶어한다면 왕웨이중이 나오지 않는 경기도 시청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중계권료에 대해선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역시 시장 확장에 의미를 두고 금액을 크게 산정하지 않고 있다. 계약이 이뤄지면 KBO 설립 후 최초로 해외에 중계권을 팔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4월초에는 대만에서 왕웨이중이 등판하는 KBO리그 경기가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왕웨이중의 활약이 이어질 경우 대만 선수들의 한국행 러시가 일어날 수 있고 KBO리그의 질적 향상도 가능하다. 왕웨이중처럼 미국 마이너리그서 뛰는 대만 유망주는 물론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대만 선수들이 KBO리그를 노크할 수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대만과는 왕웨이중 이전부터 인연이 깊다. 대표팀에서 대만과 상대한 적도 많고 대만에서 캠프를 한 경험도 있다. 대만 야구는 우리나라, 일본과 또 다르다. 어찌보면 아시아 국가 중 미국이나 중남미 야구에 가장 가까운 게 대만 야구일지도 모른다”며 한국 야구와 대만 야구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모습을 기대했다. LG 양상문 단장 역시 “대만은 겨울에도 따뜻하지 않나. 야구하기에 좋은 기후다. 그래서 대만 선수들이 유독 유연성과 힘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신체적으로는 한국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제도변화가 불가피하다. 대만 선수들의 KBO 진출이 꾸준히 이뤄지기 위해선 ‘아시아쿼터’와 같은 새로운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구단 별로 일본과 대만, 중국 출신 선수의 인원수와 연봉 등을 제한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중장기적인 KBO리그 경기력 향상을 이룰 수 있다. 일례로 최근 국제무대마다 한국과 맞붙는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의 대만 좌투수 천관위(28)의 연봉은 2160만엔(한화 약 2억2170만원)으로 알려졌다. 한국 타자들이 천관위에게 고전해온 것을 고려하면 연봉 2~3억원만 부담하고 천관위를 선발진에 넣고 싶어하는 KBO리그 구단이 나올 확률은 상당히 높다. 3년 전 한국무대를 바라보기만 했던 ‘대만야구의 이승엽’ 린즈셩(36)도 ‘아시아쿼터’와 같은 규정이 있었다면 왕웨이중보다 먼저 한국무대를 밟은 대만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KBO리그는 최근 선수들의 연봉이 수직상승하고 2015시즌부터 10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등 외형적인 규모는 상당히 커졌다. 하지만 10구단 모두 144경기 마라톤을 이겨내지 못하고 후반기에는 던질 투수가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을 기점으로 이른바 투수난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즌 막바지인 9월에는 1, 2군 선수단을 다 살펴봐도 1군 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뽑아낼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감독들은 144경기 체제가 버겁다고 입모아 주장하지만 KBO는 마케팅과 흥행 등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다시 경기수를 축소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아시아쿼터는 KBO리그의 외수시장 확장과 경기력 향상을 함께 가져오는 솔로몬의 지혜가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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