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한마리 새가 되어
슬로바키아 티렌 바톨이 8일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 예선에서 점프를 하고 있다. 평창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많이 서운했어요.”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해진 국가대표 스키점프팀이 방송사의 철저한 외면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 김현기(35)는 20일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점프 경기가 생중계된 적이 거의 없다. 서운하다. 입장권을 구하기 힘들어 경기 후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경기장에 오지 못한 가족들은 TV로라도 지켜보려했지만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지난 19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 예선에서 합계 274.5점을 기록해 참가국 12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결선진출에 실패해 이들의 비행을 이번 올림픽에서는 더이상 볼 수 없다.

비단 스키점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을 비롯해 바이애슬론 스타 로라 달마이어(독일)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슬로프에서 펼치는 향연이 안방까지 배달되지 않았다.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아이스하키 중계도 전파에 잡히지 않았다. 지상파 3사가 올림픽 기간에 운영하는 4개 채널(KBS 채널 2개)에서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피겨 등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편중됐다. ‘팀 킴’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여자 컬링이 미국과 예선 10차전을 치른 20일 오후 4시에도 지상파 3사가 모두 스킵(주장) 김은정이 외치는 “영미!!”를 들어야만 했다. 이날 오후에는 전 국민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어느 채널인지도 모르고 지켜봤다.

[포토]여자 컬링 대표팀 순위는 이제 \'1\'
컬링 여자대표팀이 19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세션 8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7-6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3사에 “과도한 중복·동시 편성으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제한하지 않도록 채널별, 매체별로 순차적 편성을 해 달라”고 권고했다. 지상파 3사는 올림픽 중계를 위해 약 350억원을 분담했다. 투자를 했으니 수익을 창출하려면 시청률이 높은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방송사의 항변이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 때마다 중복 중계가 이뤄지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메달 종목을 중계한 뒤에는 서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쁘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대한 찬사보다 자사 중계진의 ‘명품 해설’이 시청률 1위의 1등 공신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시청자는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권리가 있다. 당연히 지상파 방송사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광고 등 수익에 직결되는 부분이라면 3사가 중계권료를 분담한 것처럼 수익을 나눠갖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여의치 않다면 자사 스포츠케이블 채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국 BBC나 일본 NHK, 미국 NBC 등 해외 주요 방송사는 다양한 자체 채널을 동원해 최대한 다양한 경기를 중계한다. 국가 이벤트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방송사의 행태는 ‘전파낭비’이자 ‘국민의 볼권리 침해’라는 팬의 외침에 반박할 논거를 잃게 할 따름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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