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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받은 질문이다.”

영화계를 충격에 빠뜨린 동성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감독 B의 남자친구가 지난 6일 밤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날 오후에는 가해자인 이현주 감독이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특히 문제의 사건에 대해 “합의한 관계”라고 표현해 관심이 집중됐다.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입장이 궁금해진 상황에서 남자친구는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전형적인 성폭행 가해자의 레퍼토리다. 이제는 여자친구가 직접 입장을 전해야할 상황인 것 같다”면서 “곧 글을 올릴 예정”이라고 알렸다. 실제로 몇시간 후 B 감독이 자신의 SNS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리는 상세한 이야기로 이현주 감독의 글을 반박했다.

1심 재판부의 판결문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중 “피해자에게는 위와 같이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 온 남자친구가 있었고, 영화아카데미 동기인 G, F이나 교수인 L 모두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고, 피해자와 동성애적인 성적 접촉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만든 영화 시나리오 등에 성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있으나, 성적 문제는 영화나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보편적 주제 중 하나이므로 이를 들어 피해자에게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글의 내용으로 성 정체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현주 감독의 주장대로 레즈비언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여지를 재판부에서도 판단해줬다는 사실을 알린 것.

그러나 오해를 걷어내기까지 지리한 싸움을 했다는 사실은 남자친구의 말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여자친구와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그는 스포츠서울에 “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받은 질문이다. 그런 일 없다”며 의연하게 답했다. 그 의연함은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일어선 결연함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현주 감독이 이날 입장 발표를 하며 밝힌 사건 당일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1심 재판 때부터 줄곧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4월 벌어진 사건이 있고 한달 뒤부터 시작된 법정 공방은 만 2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현주 감독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는 피해자 측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지난 5일 영화계는 주목받는 신예 여성 감독 A가 또 다른 여자 감독 B를 상대로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준유사강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큰 충격에 빠졌다.

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번 사건은 지난 1일 B 감독 등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문제가 외부로 공개, 영화계에서 공론화되기 시작됐다. 특히 파장이 거세지면서 5일 오후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12월 A에 대해 수여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부문상 수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조합은 A를 조합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그런 가운데 실명이 거론되지 않고 있던 감독 A가 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실명을 공개, 지난해 영화 ‘연애담’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력의 이현주 감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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