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마다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가운데 최순실 씨가 방청객을 폭소케 한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최순실 씨는 20일 서울고법 형사 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 때 증인으로 나온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재판에서 최순실 씨는 검팀이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내용으로 질문을 시작하자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재판장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차명폰으로 두 달 남짓 295차례나 통화하며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최 씨는 "그건 물어보는 게 실례"라며 입을 닫았다.


특검팀은 작년 1월 11일 삼성전자 황성수 당시 전무가 박상진 당시 사장에게 '그랑프리급 말 구입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한 문자를 제시하며 최 씨에게 "증인이 삼성에 요청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 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 말 소유권은 삼성이 전적으로 갖고 있다”라며 "이(승마 지원) 자체를 (딸) 유라를 위해서 시작한 게 아닌 만큼 검찰이 그런 전제로 물어보면 제가 대답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도 질문하지 마시라. 제가 개입해서 샀다는 걸 묻는 거냐"고 반문했다.


말 구입 문제를 두고 특검팀이 유사한 질문을 계속하자 "답답하다"면서 "독일을 한 번 갔다 오시든가, 말을 연구하는 검사님이 나오시든가 해야 했다"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이 지난해 초, 말 '비타나'와 '라우싱'을 사게 된 경위를 질문하자 최 씨는 "정유라가 타는 말이라고 꼭 집을 수는 없다. 삼성이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선수들이 독일에 오면 사주기로 한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특검팀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자 최 씨 역시 "뭐가 또 이해가 안 가느냐. 서로 마찬가지"라고 받아쳤고, 현장에 있던 방청객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계속해서 재판 진행을 방해하자 "왜 저런 질문하는지 머릿속에 생각하지 말고 물어보는 질문에 아는 것만 말하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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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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