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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선수들이 10일 한국전에서 골이 터지자 기뻐하는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고육지책’이라곤 해도 결과가 너무 처참했다. 신태용 감독이 꺼내든 변형 스리백은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신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러시아전, 10일 모로코전 등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확정 뒤 열린 첫 평가전 시리즈에서 연달아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K리거 차출 불가 방침에 따라 좌우 측면 수비수가 부족한 대신 센터백 자원은 넘쳐나는 것에 따른 임기응변이었다. 신 감독도 “플랜A가 아닌 플랜B”라며 3-4-3 포메이션을 펼쳐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 쳐도 너무 부실했다. 두 경기에서 무려 7실점하며 내년 월드컵에서의 희망이 얼마 없다는 것만 증명했다. 한국은 러시아전에선 장현수를 스리백 가운데 세우고 김주영과 권경원을 장현수 옆에 뒀다. 그러나 김주영이 후반 초반 1분 간격으로 두 번이나 자책골을 허용하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며 0-4로 끌려가는 원인이 됐다. 후반 막판 두 골을 넣어 결과적으로 참패는 면했으나 김주영의 자책골 ‘두 방’은 러시아전 선전으로 대표팀에 대한 불신을 바꾸려던 태극전사들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 감독은 모로코전에서도 또 다시 스리백을 꺼내들어 실험했다. 이번엔 장현수의 양 옆에 대표팀 새내기 송주훈과 올해 들어 처음 A매치에 나선 김기희를 세웠다. 역시 실패했다. 모로코의 후보 공격수 우사마 탄난이 전반 7분과 10분에 쏜 ‘두 방’에 송주훈과 김기희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고, 순식간에 두 골 차 리드를 허용한 신 감독은 전반 30분 김기희를 불러들이고 미드필더 정우영을 넣으면서 스리백을 일찌감치 접었다.

신 감독은 2014년 9월 국가대표 감독대행일 때 우루과이전에서 변형 스리백을 펼쳐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쳐보였다. 올림픽대표팀과 U-20 대표팀 감독을 할 때도 홈팀 카타르전이나 강호 아르헨티나전에 스리백 카드를 써서 승리의 기반을 다졌다. 그의 스리백은 가운데 수비수가 역습 때 미드필드까지 올라가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는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국가대표팀 정식 감독이 된 뒤엔 이런 스리백이 통하지 않았다. 기본이 없는 수비수들과 상대의 저돌적인 움직임에 대량 실점의 충격만 남긴 채 고개를 숙였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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