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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수들이 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EB아레나에서 끝난 한국과 평가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출범 이후 첫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나선 축구국가대표 ‘신태용호’가 내년 월드컵 본선 개최국인 러시아에 두 골 차 패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EB아레나에서 끝난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수비수 김주영의 자책골이 두 번이나 나오는 등 불운이 겹치면서 2-4로 졌다. 지난달 끝난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 예선 2연전에서 모두 득점 없이 비겨 가까스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한 한국은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으나 러시아전에서도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뜩이나 경기력 부진, 히딩크 논란 등 떠들썩한 대표팀 상황에서 러시아전은 반전의 기회였다. K리그 일정을 배려해 이례적으로 전원 해외파로 멤버 구성, 전문 측면 수비수 자원이 부상 등 여러 이유로 부족한 가운데 신태용호는 ‘변칙 스리백’으로 러시아에 맞섰다. 김영권과 이청용이 낯선 윙백으로 포진한 가운데 초반부터 약속대로 움직였다. 수세 시엔 스리백에 김영권, 이청용까지 깊숙하게 내려와 촘촘하게 수비벽을 쌓았다. 공격으로 올라갈 땐 김영권이 사실상 포백의 풀백처럼 남은 뒤 이청용이 측면 공격수처럼 올라섰다. 최전방 황의조~손흥민~권창훈 공격 삼각 편대도 수시로 위치를 바꿨다. 특히 1년째 A매치 무득점에 시달린 손흥민 활용법을 두고 신태용 감독이 선택한 건 ‘프리롤’. 왼쪽 측면에 국한하지 않고 중앙과 오른쪽을 폭넓게 움직였다. 손흥민 움직임에 맞춰 황의조 권창훈의 위치도 수시로 바뀌었다. 2선 중앙에 선 구자철도 적극적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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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리블 돌파하는 손흥민. 제공 | 대한축구협회

전반 18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올라선 손흥민이 황의조와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은 뒤 문전으로 빠져들어가는 권창훈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넣었다. 권창훈도 왼발 다이렉트 슛으로 연결,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네 차례 완벽한 원터치 패스로 슛까지 만들어냈다. 전반 32분에도 권창훈이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뒤 왼쪽으로 달려든 손흥민에게 침투패스를 넣었다. 손흥민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까지 질주한 뒤 슛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손에 걸렸다. 비록 골은 없었으나 발을 맞춘지 얼마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월드컵 최종 예선 2연전보다는 신태용식 공격 작업 색채가 뚜렷해보였다.

다만 우려했던 수비는 허점이 노출됐다. 임시방편의 변칙 스리백이었던만큼 잦은 실수가 나왔다. 특히 좌우 윙백 뿐 아니라 권경원~장현수~김주영 스리백 요원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전반 25분 문전에서 수비 동선이 엇갈리면서 알렉산드르 코코린에게 결정적인 왼발 슛을 허용했다. 골문을 살짝 벗어난 게 다행이었다. 3분 뒤엔 김승규 골키퍼의 공을 받은 권경원이 어설프게 돌려세우다가 공을 빼앗겼다. 재빠르게 동료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코코린이 또 한 번 골키퍼와 맞섰으나 슛이 골문 위로 떴다. 권경원은 소속팀에서 포백 수비진의 중앙 수비를 맡은 적이 있으나 스리백의 측면 수비는 경험이 부족하다. 더구나 A매치 데뷔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경험이 많은 장현수의 수비 리딩과 김영권과 원활한 호흡이 더 필요했다. 잘 버티던 한국은 전반 44분 세트피스에서 실점했다. 알렉산드로 사메도프가 차 올린 공을 표도르 스몰로프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대인 방어에서 스몰로프를 놓쳤다. 그래도 신태용호의 변칙 스리백은 전반전만 보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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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전반 선제골을 내준 뒤 허탈해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후반 추격에 나선 한국. 하지만 나름 경기 운영을 잘 하던 한국은 뜻밖에 초반 불운이 겹쳤다. 후반 9분과 11분 수비수 김주영이 연달아 자책골을 허용했다. 문전에서 상대 크로스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첫 자책골을 범한 그는 2분 뒤 페널티박스 모서리에서 상대 패스를 가로막다가 또 한 번 보기 드문 자책골을 내줬다.

두 차례 자책골은 치명적이었다. 러시아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원정 온 한국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공격에 힘을 둘 수밖에 없어 전술의 균형도 무너졌다. 신 감독은 후반 18분 정우영 황의조 김영권을 빼고 부상에서 돌아온 기성용을 비롯해 지동원 오재석을 투입했다. 러시아는 귀화 선수인 마리오 페르난데스 등 여러 자원을 여유 있게 실험했다. 한국은 후반 23분 권창훈이 문전에서 수비수 2명을 벗겨낸 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회심의 오른발 슛마저 이고리 아킨페예프에게 걸렸다.

신 감독은 막판 박종우 황일수 남태희까지 투입하며 총력을 펼쳤다. 하지만 러시아 수비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수비 밸런스가 무너진 한국이 후반 40분 안톤 미란추크에게 네 번째 골까지 허용했다. 그나마 후반 막판 두 골 추격에 성공했다. 후반 42분 이청용의 크로스를 권경원이 헤딩으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데 이어 추가 시간에도 이청용의 침투 패스를 지동원이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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