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네이마르 \'프리킥으로 첫 골\'
브라질 네이마르가 지난 2013년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양국 대표팀 친선경기 도중 직접 프리킥을 꽂아넣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25일 ‘신태용호’ 2기 발표 기자회견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먼저 마이크 앞에 섰다. 내달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튀니지 맞대결 취소 소식이었다. 튀니지축구협회는 지난 22일 레터를 보내 예정했던 A매치를 벌일 수 없다고 대한축구협회에 통보했다. ‘설마…’ 했던 일이 정말 벌어진 셈이었다.

지난 13일 나빌 말룰 튀니지 대표팀 감독은 자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월7일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기니 원정을 치르고 불과 사흘 뒤 한국전이 열려 집중하기가 어렵고 ▲11월에도 월드컵 예선이 있어 부상 등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전 취소를 주장했다. 본지가 19일 국내 언론 중 가장 먼저 이를 인용하면서 사태는 커졌다. 사실 현지 일부 언론은 튀니지전이 취소됐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예정된 장소였던 프랑스 칸이 테러 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스위스 등으로 장소 변경을 논의하고 있을 뿐 계약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취소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튀니지전 취소 가능성 보도도 있어 대안을 물색하고 있었고 같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경기하기로 했다”는 지난 25일 협회 측 설명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튀니지나 모로코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차이가 날 뿐 스타일이나 실력은 엇비슷하다. 오히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많고, 튀니지가 한국전을 귀찮게 여겼다는 점에서 모로코와 붙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선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예정해 놓은 평가전이 보름 앞두고 뒤집어졌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전은 신 감독의 표현처럼 러시아 월드컵에서 “32개국 중 30위권”에 불과한 한국 입장에서 현 전력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본선에서 통할 경쟁력 있는 선수를 골라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본지도 ‘신태용호’의 러시아행 확정 직후 본선을 위한 1순위 과제로 ‘좋은 평가전’을 꼽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을 두 번이나 이끌었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최근 “유럽이나 남미와 달리 아시아는 축구 수준이 정체되고 있어 월드컵 예선을 잘 치른 것은 본선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수준 높은 팀과의 좋은 평가전이 필요하다. 1998년 월드컵 조추첨식 직후 각국 감독과 협회가 그 자리에서 평가전을 성사하는 것을 본 뒤 2010년 조추첨 땐 나도 발빠르게 나섰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일본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튀니지전 취소 사태는 신태용호의 본선 첫 출발을 앞두고 대표팀 지원이나 팬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11월과 내년 3월 각각 두 차례씩 예정된 또 다른 A매치다. 협회 기술위원회가 26일 내놓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로드맵을 보면 ‘신태용호’는 11월과 3월에 전부 국내에서 평가전을 갖기로 돼 있다. ‘월드컵 붐업’과 수익 사업 등을 위한 국내 A매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좋은 팀이 한국까지 올 지, 얼마나 좋은 컨디션으로 올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두 번 싸울 확률이 높은 유럽팀이 평가전을 위해 한국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몽규 회장 등 협회 수뇌부는 본선행 확정 뒤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가전 외에도 외국인 코치와 두 명의 피지컬 트레이너 충원 등이 예정돼 있다. 2002년(홈 4강)이나 2010년(원정 16강) 등 잘 짜여진 로드맵으로 흡족한 성과를 냈던 과거 월드컵과 비교해 러시아로 가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가를 계속 지켜볼 것이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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