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나라의 운명을 놓고 첨예하게 의견을 대립한 두 사람의 논쟁이 그 어떤 액션신보다 현란했다.

소설가 김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청의 군사들을 피해 달아나던 조선의 왕 인조(박해일 분)와 조정신료들이 추위와 굶주림뿐인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 발이 묶이면서 벌어진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 소설에서처럼 인조에게 조정의 운명을 놓고 서로 다른 가치를 주장하며 대립한 신료들의 모습을 비롯해 각기 다른 삶의 방식으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들이 통탄할 슬픈 역사 속에 그려지며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특히 청과 화친을 도모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에 맞서 대의를 지켜야한다고 강조하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들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세계적인 음악감독 류이치 사가모토의 음악까지 더해지며 더욱 큰 감동을 준다. 첫 등장부터 매번 흑백으로 옷색깔을 달리하며 시각적으로도 서로 다름을 보여준 두 캐릭터의 대사들이 소설 못지 않게 비장한 시처럼 귀를 울리고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게다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공방을 펼치면서도 비난하고 헐뜯는게 아니라 정치적 신념의 차이를 인정하며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들은 짜릿한 전율까지 느껴진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가름하는 선악 구도가 아니라 철학이 다를 뿐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같은 두 충신의 대결 구도는 두 배우의 연기력에 힘입어 각 캐릭터들의 말을 그들의 진심으로 믿게 한다. 덕분에 이병헌은 그동안의 이병헌으로 보이지 않았고, 김윤석은 새로운 김윤석이었다. 전작과 과거의 불편한 기억들을 잠시 잊고 오롯이 최명길과 김상헌으로 바라보게 한다. 무엇보다 캐릭터들간 균형을 잘 잡은 연출력은 어느 특정인물의 돋보임도 허락하지 않으며 오롯이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연기도, 연출도 성공적인 이 영화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낼 사람들이 있다면 원작 그대로를 기대했을 독자들, 혹은 영화에서도 역사를 그대로 재연해야한다고 보는 ‘정통사극파’들일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감독이 소신있게 각색한 영화는 분통이 터지고 한숨이 푹푹 나오는 나라꼴이 380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현실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아이러니는 멋있었지만 어려워서 머리에 다 남지 않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말보다는 힘든 현실을 살아내는 평민과 천민들의 스쳐지나가는 말들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 더 오래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오는 10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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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