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7월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0월에 지면 후폭풍이 있겠지만 감독의 소신을 바꿀 순 없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히딩크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그의 눈은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고정돼 있다.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신태용식 축구에 가장 적합한 자원을 솎아내겠다는 마음을 굳게 전했다. 신 감독은 내달 7일 러시아전, 10일 모로코전(예정) 등 A매치 2연전에 나설 해외파 23명을 25일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신 감독은 지난달 31일 이란전 및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 등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을 위한 조기소집을 단행할 때 “10월 A매치엔 국내파를 부르지 않고 이들이 10월8일 K리그 클래식 경기에 몰두하도록 배려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이를 지키는 차원에서 신 감독은 내달 2연전 명단을 전원 해외파로 꾸렸다.

◇ “히딩크 여론 신경 쓰이지만 내 목표는 월드컵 본선”

신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불거진 ‘히딩크 논란’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다. 온라인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일부 팬들은 여전히 히딩크 감독 부임을 주장한다. 신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 때문에 힘든 부분은 있지만 우리나라의 축구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심 없이 대표팀을 위해 돕겠다고 하면 1%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히딩크가)사심 없이 도와준다면 나도 사심 없이 같이 갈 것이다.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 축구를 잘 아는)히딩크 감독님이 러시아 대표팀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조언해주면 받아들여 경기에 활용할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모습이 될 것이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대표팀 기술고문직 제안이 나도는 상황에서 ‘콕’ 찍어 그의 임무를 정해준 것이다. 이는 곧 신 감독 스스로 ‘히딩크 논란’을 정면돌파하면서 내년 월드컵 본선까지 뚜벅뚜벅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생각과 다름 없다. 신 감독은 “(여론)신경이 많이 쓰인다”면서도 “소신을 잃지 않겠다. 내 목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다”고 강조했다. 최종예선에서 부진했던 몇몇 해외파를 “내가 확인해보겠다”며 이번 2연전에 호출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 경륜 있는 코치 보강+피지컬 코치 2인 확충

월드컵 본선이 내년 6월까지 9개월 남은 시점에서 대표팀의 단점을 보완할 비책도 공개했다. 현 대표팀의 최대 약점은 코칭스태프 경험 부족이 꼽힌다. 신 감독부터 차두리 코치까지 30~40대 젊은 지도자들로 구성돼 있고, 월드컵에 감독이나 코치로 나선 경험이 없다. 경륜 있고, 상대팀 분석에 능한 지도자가 있어야 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신 감독은 이미 이에 대한 대책에 나섰음을 전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치고 히딩크 감독님 보도가 나오기 전에 김호곤 기술위원장께 기술 파트의 코치 보강에 대해 말씀드린 게 있다”며 “먼저 공유하지 못해 발표가 늦어졌으나 적임자를 계속 찾고 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우리 스태프에 도움이 될 분을 찾고 있다. 피지컬 코치도 꼭 두 명은 필요하다고 말해 허락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경륜과 유명세를 동시에 갖춘 코치,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16강행의 밑거름이 됐던 피지컬 코치 2인 체제가 신 감독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 “이승우 제외했지만 문은 열어놨다”

이번 명단 발표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승우, 이진현, 백승호 등 지난 5월 20세 이하(U-20) 월드컵 멤버 3총사의 합류는 무산됐다. 특히 이승우는 전날 밤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전을 치르면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쳐 엔트리 제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신 감독은 “이승우의 경우 2주 전 소속팀에 차출 공문을 보내야 하는데 당시엔 이승우가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러시아행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 감독은 “3명은 U-20 월드컵에서 같이 뛰어봤기 때문에 내 머리 안에 있다”며 “내년 3월까지 가면 본선 엔트리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 같다. 이승우, 백승호, 이진현이 그 때까지 새 팀에서 적응하고 컨디션이 올라오면 기존 선수들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전체적인 것을 열어놓고 경쟁을 붙일 것이다. 3월이 지나면 70~80%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다”고 했다. ‘신태용호’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 중심으로 내달 2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뒤 러시아 모스크바로 날아간다. 유럽파들은 현지에서 러시아에 곧장 들어간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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