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박태환. 리우 | 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980년대생으로 유일하게 결승까지 오른 것은 박수를 쳐줄만 하지만, 결승 레이스 자체는 기대 이하였다. 전체적인 스피드도 떨어졌고, 의욕이 너무 넘쳐 초반에 반짝하다가 사라진 경기가 됐다.

박태환은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7초11을 기록하며 8명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의 이 종목 개인 최고 기록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당시 세운 1분44초85. 올시즌 최고 기록은 전날 준결승에서 기록한 1분46초28이다. 불과 8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도쿄 아시아선수권만 해도 1분45초16을 작성해 지난해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박태환은 이날 결승에서 무슨 일인지 오히려 준결승보다 1초 가량 느린 기록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야말로 졸전이었다.

박태환은 그나마 초반 50m에서 명함을 내밀었다. 스타트 반응 속도가 0.64초로 제임스 가이(영국)와 함께 가장 빨랐던 박태환은 여세를 몰아 0~50m 구간을 24초60으로 돌파, 4위를 차지했다. 이 순위를 유지하면 마지막 150~200m 구간에서 기적 같은 메달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틀 전 자유형 400m 결승처럼 중반부터 스피드가 급속히 떨어졌고, 스퍼트도 내지 못해 7위인 러시아의 미하일 도브갈류크(1분46초02)보다도 1초 이상 늦게 들어왔다. 50~100m 구간에서 26초90을 기록해 최하위가 된 박태환은 100~150m 구간에서도 27초59로 역시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태환의 트레이드마크인 스퍼트도 이뤄지지 않았다. 150~200m 구간은 28초02로 레이스를 포기한 듯 했다.

작은 국제대회에서 나오던 박태환의 힘 있는 레이스가 나오질 않았다. 해보지도 못하고 맥 없이 졌다. 2007년 박태환의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동메달을 이끌었던 박석기 전 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은 스트로크(팔로 물을 긁는 동작)의 길이가 허벅지를 스칠 만큼 끌까지 밀어내는 수영을 해야 하는데 거의 옆구리에서 빠져나왔다”며 “마음의 조급함이 스트로크 때 팔을 완전히 밀어주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내년 한국나이 30살이 되는 만큼 흐르는 세월을 박태환 역시 막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박태환은 이틀 전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도 초반에 기선 제압을 위해 쭉 치고 나왔다가 200m 이후부터 스피드와 지구력이 동시에 떨어져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고 4위를 차지했다. 이번 200m에서도 그와 비슷한 양상이 재현됐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위해서 짠 작전이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박태환은 29일 자신의 마지막 종목인 남자 자유형 1500m에 나선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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