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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출처 | 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소중하게 쓰거나, 미래를 열어주거나….’

‘한국축구의 미래’로 급부상한 이승우(19)가 진로를 두고 소속팀 바르셀로나와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스페인에서 속을 태우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 달 끝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어 한국의 16강 조기 진출 일등공신이 됐다. 그러나 성인팀 데뷔를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행선지 결정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억측 보도도 연달아 터지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최근 스페인 현지에 있는 이승우 핵심 관계자와 접촉, 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다각도로 취재했다. 국내에선 그의 바르셀로나B 승격 및 합류 여부에 쏠리지만 이승우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다. 자신이 가장 잘 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 바르셀로나B는 자동 승격…‘출전 빈도’가 문제일 뿐

이승우는 만 20세가 되는 2017~2018시즌부터 유소년 레벨에서 뛸 수 없다. 현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성인 2군팀인 바르셀로나B로 가야 한다. 일각에선 이승우가 바르셀로나B로 올라가기 위해 성인팀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승우는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 중이던 지난 2014년에 5년 재계약을 했는데 매년 받는 연봉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계약서를 받았다. 이승우 측은 “만약 후베닐(유소년 최상위 레벨)까지 뛰고 승격을 다시 결론내려야 한다면 바르셀로나가 애초 5년 계약을 제안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몇몇 선수들처럼 후베닐 종료 때까지로 계약기간이 한정돼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할 때부터 2017~2018시즌엔 바르셀로나B로 올라가는 ‘자동 승격’이 확정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연봉도 후베닐 수준의 10배 이상으로 책정되는 등 바르셀로나B에서도 고액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달 바르셀로나B가 스페인 2부리그로 승격한 것이다. 3부리그는 외국인선수 출전에 제한이 없지만 2부는 팀당 두 명의 외국인 출전 쿼터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바르셀로나B는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계속 데려오고 있다. 물론 브라질 선수들의 1군 승격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들이 1군 경기에 뛰면 바르셀로나B의 외국인 쿼터가 빌 수 있다. 그러나 이승우와 백승호 등 한국 선수들 입장에선 지금 상태로는 바르셀로나B에서 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 완전 이적이냐, 재계약 뒤 임대냐

그래서 이승우 측은 문을 열어 놓고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할 가능성도 빼놓지 않았다. “바르셀로나B에 남아도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승우의 앞날을 가장 확실하게 밝혀줄 성인팀이 어디인가를 숙고하고 있다. 이름값도 버리겠다”는 게 이승우 측의 입장이다. 독일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샬케04를 비롯해 프랑스의 보르도와 몽펠리에 그리고 좀 더 아래인 스위스리그 구단들까지 ‘출전 보장’ 조건 등을 내걸어 이승우를 유혹하고 있다. 완전 이적 형식으로 둥지를 틀어야 새 팀에서도 중용될 수 있다는 게 이승우 측의 생각이다.

바르셀로나B는 그렇지 않다. 재계약을 해서 계약기간을 몇 년 더 늘린 뒤 임대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임대하는 팀에 대한 선택에도 바르셀로나의 입김이 좀 더 반영되기를 원한다. 적어도 ‘완전 이적으로 쿨하게 보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U-20 월드컵처럼 잠재력이 터져 이승우의 몸 값이 올라가는 상황은 물론 그를 바르셀로나로 복귀시켜 2018~2019시즌에 활용하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 훈련 불참? 할 수 있는 ‘유일한 메시지’…24일엔 합류할까

이승우는 지난 17일까지 바르셀로나B 훈련에 가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후베닐A에서 기량 미달 판정을 받은 선수들은 이미 팀을 떠났다. 이승우 등 살아남은 선수들이 바르셀로나B에서 본격적인 점검을 받게 된다. 이승우는 일단 이 제안을 거절하고 바르셀로나B 훈련에 빠졌다. 지금의 훈련 불참은 이승우가 구단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바르셀로나B는 아랑곳 하지 않고 훈련 참가 일자를 24일로 수정해 다시 한 번 통보한 상태여서 이승우 측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이승우의 24일 이후 행보가 주목받게 됐다. 그는 바르셀로나B에 남든, 다른 팀으로 가든 최대한 출전할 수 있는 팀을 골라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었다. 거취 결정 연기 가능성도 커졌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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