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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피어젠에서 열린 제30회 3쿠션 세계팀선수권대회 개막식 모습. 2명씩 한 팀을 이룬 22개 국가 24개 팀 선수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제공 | 코줌코리아

[피어젠=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당구 3쿠션 국가대항전인 세계팀선수권대회의 참가국 수가 2018년부터 종전 24개국에서 16개국으로 줄어든다. 당구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향한 세계캐롬당구연맹(UMB)의 야심찬 뜻이 담겨 있어 주목된다.

14일(한국시간) 독일 피어젠에서 막을 내린 제31회 세계당구팀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을 이끈 이대수 대한당구연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UMB 총회에서 세계팀선수권대회 출전국 수를 조정하는 안건이 나왔다”며 “이제까지 24개국이 출전했는데 16개국으로 줄어들게 됐고 2018년 대회서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4개국 체제에서 대륙별 출전 쿼터는 유럽 13장,중·남미 4장,아시아 4장,아프리카 1장이었으며 전 대회 우승 국가와 개최국이 1장씩 가져갔다. 16개국 체제에서 대륙별 쿼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아시아는 4장에서 3장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대회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내년 대회만큼은 아시아가 최대 4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팀선수권의 16개국 체제는 흥행을 위한 UMB의 고육지계(苦肉之計)다. 이 대회는 UMB가 주관하는 3쿠션 국가대항전으로 국가별로 2명씩 팀을 이뤄 경쟁한다. 개인이 출전하는 당구 최고 권위 대회인 세계선수권과 더불어 UMB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벌써 31회째다. 1981년 멕시코시티에서 초대 대회가 열렸다. 198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3회 대회까진 최소 2년에서 4년 주기로 열렸지만 1990년 4회 대회서부터는 독일 피어젠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어느덧 70회 대회를 바라보는 세계선수권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유일한 국가대항전이라는 것을 앞세워 대회 권위를 끌어올리려는 게 UMB의 의지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구의 유래는 르네상스 바람이 일기 시작한 14세기 후반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에서 귀족의 사교 스포츠로 정착된 시기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 당구는 엄연히 단체 종목이 아닌 개인 종목이었다. 본고장 유럽서부터 ‘팀 경기’ 참가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UMB 올해의 선수인 스페인의 다니엘 산체스도 이번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매년 24개국을 채우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만 보더라도 4장의 출전권을 지녔지만 한국과 일본 두 나라만 출전했다. UMB 규정에 따르면 24개 출전국 수가 모자라면 전 대회 우승국→개최국→세계랭킹 순으로 2개 팀(A,B)까지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도 22개국만 참가했는데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와 개최국 독일이 A,B팀을 내보내 공백을 메웠다.

2016 팀선수권 개회식
지난해 2월 독일 피어센에서 열린 제30회 3쿠션 세계팀선수권대회 개회식 모습. 제공 | 코줌코링라

문제는 24개국을 채우려다 보니 수준 이하의 팀도 즐비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2전 전패를 당한 스위스나 헝가리만 보더라도 자국에 당구 보급이 활발하지 않은 곳이다. 참가에 의의를 두며 타 팀과 현격한 실력 차이를 보였다. 당구계 한 관계자는 “UMB가 외부에 표방하는 대회 권위에 비해 경기 질이 다른 대회보다 떨어지면 곤란하다. 16개국 체제로 상위 레벨 팀만 나오도록 해서 경기 질을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더불어 “당구의 오랜 꿈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당구인이 존재하는 만큼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으로 가는 것이다. 국가대항전인 이 대회의 질을 높여 스폰서 유입,중계권 판매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올림픽으로 가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해까지 팀선수권은 선수간의 일대일 대결 방식을 하다가 올해부터 스카치 더블(두 명의 선수가 번갈아 타석에 들어서는 2인1조 복식 경기)로 바꿨다. 팀 경기의 성격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이 역시 올림픽을 향한 로드맵이다.

시상대
3쿠션 세계팀선수권대회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김재근 최성원(가운데)이 13일(한국시간) 독일 피어젠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제공 | 코줌코리아

대한당구연맹은 갈수록 대회 권위가 높아지는 팀선수권을 위해 맞춤식 대비에 나설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까지는 대회 직전 국내랭킹 1, 2위가 팀을 이뤄 출전하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최소 6개월 전에 미리 대표 선수를 구성해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장려하고 맞춤식 훈련법에 대해서도 경기력 향상위원회에서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내년 대회엔 최성원 김재근이 디펜딩 챔프 자격으로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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