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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913송정역시장. 100년 넘은 재래시장이 환골탈태, 이젠 문화와 재미를 사고 파는 소통의 창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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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는 아시아문화예술의 수도로 도약하고 있다.
[광주=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예향(藝鄕) 광주에 스멀스멀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하염없이 빛(光)이 내려와 멈칫한 봄의 손을 잡아당긴다. 남도 광주 땅을 다녀왔다. 겨우내 결핍한 문화·예술적 감성과 맛난 남도음식의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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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 예향 광주 문화예술의 요람이다.
광주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손과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부랴부랴 짐을 싸고 내려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광주는 도시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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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913송정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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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순대국밥(영명식당). 1913송정역시장.
◇1913송정역시장에 서다.

광주송정역을 갔다. 매력적인 시장이 생겨났단 얘길 어디서 들었다. 사실 시장이 들어선 것은 100년도 넘었다. 1913년 생겨난 대표 전통시장이다. 그전에도 와봤다. 뭐 국밥집 수두룩한 그저그런 지역 전통시장이었다. 지난해 봄 현대카드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벌인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로 송정역재래시장을 탈바꿈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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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913송정역시장은 젊은 자유여행자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현대카드는 직간접적 지원으로 낡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장 입구에 시간을 상징하는 대형 시계를 만들고 가게 앞 길바닥에 건물 건립연도를 새겨 전통을 강조했다.

여기다 공중화장실도 만들고 쉼터엔 라커룸을 만들어 FIT 여행객들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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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긴 줄을 드리우는 또아식빵. 광주 1913송정역시장.

그결과 생겨난 것이 ‘1913송정역시장’이다.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젊은이들이 득시글 거린다. 배낭을 매고 놀러온 20~30대 젊은 여행자들이 골목을 점령하고 셀피를 찍고 주전부리를 사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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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봄 사진관. 광주 1913송정역시장.

분위기도 한결 밝아졌다. 창의적인 서체와 디자인으로 만든 간판은 기존 것이 아니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다. 각각 역사와 사연을 지닌 가게마다 특성과 전통을 살려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오리고기집도 시원한 순대국을 파는 영명국밥도 영화세트처럼 실재하지 않는 공간인 것처럼 오묘한 멋을 낸다.

그리 크진 않지만 업종별로 있을 것은 다 있는 1913송정역시장은 현재 광주를 찾는 여행자에게 가장 핫플레이스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재미있다. 뭘 사먹어도 좋고 그냥 구경만 해도 좋다. 뭐 하나 살 계획 없었지만 뜻하지 않은 쇼핑을 즐기거나, 서봄 사진관에서 오랜만에 ‘폰카’ 아닌 사진을 찍어도 좋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배를 크게 만들어 상추튀김과 모밀 같은 주전부리를 하나씩 집어넣어도 좋다. 여행자는 집에 있을 때보다 좀더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또아식빵의 빵나오는 시간에 맞춰 기나긴 줄을 서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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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도 현재도 아닌 비현실적 분위기를 내는 광주 1913송정역시장.

이중 ‘우아한 쌈’은 기발한 곳이다. 모두들 가게 앞에 서서 쌈을 싸먹는다. 숙성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 채소와 함께 쌈에 싸면 1000원을, 소주 한잔은 500원을 받는다. 쌈을 싸서 소주를 털어넣는데 돈 1500원에 시간은 3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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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913송정역시장 풍경.

채 썬 양배추를 돼지고기에 말아 구워낸 불고기도 맛이 좋다. 어찌 이뿐일까 계란밥, 고로케, 새우만두, 순대국밥, 온모밀 등 배가 모자라면 모자랐지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는 차고 넘친다.

1913송정역시장은 재미와 즐거움을 팔았고 나는 비닐봉지에 추억을 사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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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의 상징 호랑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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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문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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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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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에는 최승효 고택과 이장우 고택 등 오랜 한옥 고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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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 안내도.
◇예술 꽃 피어나는 양림동

양림동엘 갔다. 예향 광주 구도심에 위치한 예술마을이다. 일부러 조성한 것이 아니다. 광주 문화예술의 요람 격이라 자연스레 그리 자리매김했다. 곳간에서 인심이나고 예술도 난다고, 예로부터 부자가 많았던 양림동에 근현대 문화예술을 꽃피운 이들이 많이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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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와 선교사 사택이 양림동 언덕 위를 지키고 있다.

일찍이 선교사들이 들어와 신문물을 전파한 덕에 문화의 꽃을 피운 밑거름이 됐다. 다형 김현승 시인을 비롯해 음악가 정추, 시인 이수복,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영화감독 임권택, 서양화가 한희원, 극작가 조소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거장들이 모두 양림동에서 따사로운 볕을 받으며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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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에 이젠 맛집과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빈칸을 채우고 있다.

양림동은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세 곳의 양림교회 뒷편으로 호랑가시나무 창작소까지 지붕없는 미술관이다. 낡은 담장을 채운 벽화와 골목 어귀에 가득한 설치 작품도 그렇고, 마을 공공창작소와 스튜디오 역시 여느 구도심과는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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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골목이 그대로 전시장이 되는 광주 양림동.

100여년 전 선교사들이 살던 호랑가시나무 창작소는 연세대학교 창립자 언더우드 박사의 손자가 지은 건물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광주의 넉넉한 풍경은 예술가로 자라는 유년시절 많은 영감을 주었을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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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이젠 젊은 여행자들이 양림동을 찾아와 그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나눠 가지고 있다. 고건축물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카페, 빵집, 레스토랑, 스튜디오 등이 ‘양림뮤지엄’의 부대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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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낡은 소품들로 가득한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낡고 버려진 정크 아트로 빼곡한 펭귄마을과 이장우 가옥, 최승효 가옥 등이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림동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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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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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 파크.
◇남도밥상만큼 푸짐한 문화예술의 상차림

518 민주화항쟁의 성지인 전남도청이 있던 자리에 지난 2015년 가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생겼다. 총규모 16만1237㎡로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은 아시아문화전당은 기존 도청 건물을 그대로 둔 채 지하 공간에 아시아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거대 공간을 만들었다.

지하라지만 개방 형이라 전혀 답답하지 않다. ‘빛의 숲’을 테마로 지었다. 현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8655㎡)은 천장이 높아 야외 전시회를 보는 듯 가슴이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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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화원에는 재미난 체험시설이 많다.

예술극장과 문화창조원,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등이 있는데 특히 인기가 좋은 곳은 바로 어린이 문화원이다. 어린이들이 놀이와 전시물 감상 등 교육적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대형 블록 쌓기 등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펼치는 어린이체험전시관은 자녀를 동반한 여행객이 둘러보기에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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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특히 아시아문화전당 이름에 걸맞게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콘텐츠를 준비해놓았다.연령대 별로 시설을 갖춰놓아 어린이 뿐 아니라 유아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굉장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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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인적으로 가장 탐나는 곳은 바로 라이브러리 파크다. 초현대식 도서관 시설인 라이브러리 파크는 아시아 각국의 도서 등 문헌 자료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갖춰 매일 하루종일 출근(?)을 한대도 질리지 않을 정도의 즐거운 학습 시설이다.

세계 각국을 수도 없이 돌아다녀봤지만 이만큼 마음에 드는 라이브러리는 아직 본 적 없다. 문득 광주로 이사오고 싶어질 정도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인근에 광주의 명동이랄 수 있는 충장로도 있어 다양한 문화체험 및 편의시설 이용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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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예술길에 새로 개관한 갤러리S.

아시아 문화전당 인근 예술길에는 갤러리S(관장 이명자)도 새로 개관했다. 이달 2일 공식 개관식을 통해 예향 광주의 문화예술을 대중에 소개할 갤러리S는 개관전으로 작가 김종경을 초대했다. 강렬한 색채와 선 굵은 터치, 화면질감으로 한글 자모 등을 소재로 한 비구상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김종경 전은 1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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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S는 개관전으로 김종경 작가를 초청했다.

1박2일의 광주 여행은 아직 일러 봄을 만나지 못했음에도 포만감과 훈훈함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매정한 흰색과 모공까지 바싹 조여버린 한기 만이 가득했던 메마른 계절의 끝. 광주에 와서 섭취한 문화예술은 일년을 든든히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으로 남았다. 아! 전날 밤 먹은 육전도 한몫했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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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육전이 유명하다. 상무지구 육전명가.

여행정보

●먹거리=상무지구 육전명가는 광주 특유의 육전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블링 좋은 소고기를 얇게 썰어 계란옷을 입혀 옆에서 직접 구워준다. 육전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곁들여 내는 꼬시래기, 미역국 등 반찬도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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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로에서 60년 이상 입맛을 지켜온 청원모밀.

충장로 청원모밀은 60년이 넘은 메밀국수 집. 온모밀과 마른모밀(자루소바), 비빔모밀 등 진한 향기의 메밀국수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언덕 게스트하우스는 백년 역사의 선교사 사택을 리뉴얼한 곳으로 1,2층 공간으로 나눠 이용할 수 있다. 오랜 고택이지만 내부는 최근에 지은 어떤 펜션 이상으로 고급스럽고도 기품있다. 지하에는 간단한 회의나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문의 (070)4240-0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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