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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국가대표급 기량을 쌓은 최형우는 올시즌 후 사상 첫 ‘100억 원의 사나이’로 등극한 뒤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의외로 시들하다. 사전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원소속팀에게 주어지던 우선 협상제도를 폐지하면서 눈치작전이 늘어난 탓에 계약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고 대어급 FA들은 ‘해외진출 우선’을 선언했다가 실기하면서 오히려 기대했던 몸값을 받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거품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됐던 FA시장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싸늘한 분위기다.

FA시장은 2012년 겨울 200억원대 시장에서 단숨에 523억 5000만원 규모로 폭등했고 이듬해 630억 6000만원으로 눈덩이 불듯 불어났다. 2014년 겨울에는 19명의 FA선수가 쏟아져나와 계약 총액만 720억 6000만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이 기록도 단 1년 만에 깨졌다. 지난해 FA를 선언한 22명 가운데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입단한 김현수를 제외한 21명이 기록한 몸값은 총 766억 2000만원이나 됐다. 올시즌에는 FA자격을 얻은 선수가 지난 2년에 비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장이 폭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FA를 선언한 15명 가운데 100억원대 몸값을 호가하는 거물들이 네명이나 포진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해외진출이라는 꽃놀이패를 움켜쥔 대형 내야수 황재균과 10승대 선발투수 우규민을 비롯해 수많은 3할타자와 멀티 플레이어들이 즐비했다. 알짜선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영입경쟁이 초반부터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 확실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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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차우찬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면서 2년 동안 진행해온 팀 리빌딩에 화룡점정했다. 사진은 FA계약을 마친 뒤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차우찬. 제공 | LG 트윈스

그러나 12월이 저물고 있는 21일 현재 계약을 맺은 FA선수는 모두 9명 뿐이다. 계약률이 60%에 불과하다. 용덕한은 FA 대박의 꿈을 일찌감치 접고 은퇴를 선언하고 원소속팀 NC에서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FA 빅4’로 불리던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가 모두 계약을 마쳤는데도 계약 총액은 511억 5000만원 수준이다. 최형우와 차우찬만이 KIA와 LG에 새 둥지를 틀면서 각각 100억원, 95억원을 받았지만 ‘빅4’ 가운데서도 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보였던 김광현이 SK에 잔류하면서 4년 85억원에 도장을 찍었고 양현종은 한 술 더 떠 22억 5000만원에 충격적인 1년 단기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NC 박석민(96억원), 한화 정우람(84억원), 한화 김태균(84억원), 롯데 손승락(60억원), kt 유한준(60억원) 등 60억원 이상의 빅딜을 맺은 선수가 5명이나 됐지만 올시즌엔 최형우, 차우찬, 김광현과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우규민(4년 65억원) 등 4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8건이나 됐던 30억원대 계약이 올시즌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지난 해 송승준(40억원) 뿐이었던 40억원에서 60억원 사이의 계약은 이번엔 두산 김재호(4년 50억원), KIA 나지완(4년 40억원) 등 두명으로 늘어났다. 선수 몸값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황재균이 여전히 해외 진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를 제외한 FA 미계약자 4명은 모두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이다. 장기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다. 네명이 모두 계약하더라도 총액이 100억원을 넘기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황재균이 국내 무대 잔류를 선언하고 100억원에 육박하는 빅딜에 성공하더라도 올 시즌 FA계약 총액은 7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할 것이라던 올 FA시장이 3년 전 규모로 되돌아가고 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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