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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2일 이란 원정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축구가 시련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성인 레벨은 물론 연령별 대표팀까지 아시아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부진이 눈에 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12일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힘 한 번 못 쓰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전체 10경기 중 4경기를 치른 가운데 2승1무1패(승점 7)를 기록해 이란(승점 10)과 우즈베키스탄(승점 9)에 이은 조 3위로 떨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달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 홈 경기에서 자신의 자리를 내놓고 싸운다. 지난해만 해도 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단과 팬들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어 코너에 몰렸다.

문제는 연령별 대표팀도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양대 축인 19세 이하(U-19) 대표팀과 16세 이하(U-16) 대표팀 모두 올 가을 열린 아시아선수권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U-16 대표팀(서효원 감독)은 지난 달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1승1무1패에 그치며 오만과 이라크에 밀려 일찌감치 짐을 쌌다. U-19 대표팀은 현재 바레인에서 열리고 있는 U-19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에서 역시 8강에 오르지 못했다. 2승1패란 좋은 성적에도 다득점에서 밀리는 등 불운했으나 어쨌든 조기 귀국이 결정됐다. 두 연령별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시원하게 이긴 상대는 말레이시아(U-16)와 태국(U-19) 등 동남아시아 팀들 뿐이다. 한 수 아래 상대만 이겼을 뿐 중동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연령별 대표팀에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내용도 훌륭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각급 대표팀이 아시아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가을을 보내고 있다. 11월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한 국가대표팀의 대반전, 내년 5월 국내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을 통해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자칫 ‘아시아의 맹주’ 자리도 내줄 수 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유소년 축구가 학원 중심에서 클럽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도기란 점을 감안해도 성인및 연령별 대표팀의 침체는 예사롭지 않다”며 “일회성 부진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등이 선수 선발과 교육, 지도자 선발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보완해야 아시아에서 현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대표팀을 떠나 한국 축구의 구조가 역삼각형으로 변해 좋은 선수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게 문제”라며 “나를 비롯해 축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미 10년 전부터 제기한 고민들인데 행정 수뇌부들이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면서 성인 대표팀 경쟁력까지 취약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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